화장품가게, 지금해도 괜찮을까?

입력 2006-09-0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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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2년 전, 가장 히트한 업종이라면 단연 화장품전문점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더페이스샵(The Face Shop)’과 ‘미샤(MISSA)’를 들 수 있다. 화장품은 여성의 필수제품이라는 점에서 이 업종의 롱런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전국 어디를 가나 중심상권 한가운데를 가면 바로 이 두 브랜드샵을 쉽게 볼 수 있다. 금사라기 땅에서 그것도 실 평수가 최소한 15평이 넘으니 월세와 권리금이 수월찮은데도 말이다. 한동안 휴대폰 콜센터를 하던 사람들이 이들 브랜드로 몰린 이유도 대부분 중심상권에 자리 잡은 휴대폰 콜센터들이 마땅한 업종을 찾지 못하던 차에 바람처럼 나타난 이 업종으로 많이들 전환했다.

이들 화장품샵이 모델로 삼은 브랜드는 다른 아닌 바디샵(Body Shop)이다. 이집트와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바디샵은 이제 월드와이드 업종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초기의 더페이스샵의 모토는 ‘바디샵 대신 더페이스샵’이었다. 바디샵의 이미지를 갖고 가면서 저가라는 점을 컨셉으로 낚은 것이다.

또 다른 슬로건은 네추럴 스토리(Natural story)다. 자연식물에서 추출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다. 그 덕분에 이들 두 브랜드는 불과 2~3년만에 300여개가 넘는 가맹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두 브랜드의 성공에 힘입어 화장품 업체들이 앞다퉈 브랜드 런칭에 들어갔다.

피어리스가 내 놓은 ‘스킨푸드(Skin Food)’와 한불화장품의 ‘잇츠스킨(It's Skin)’이 뒤를 이었고, ‘도도클럽’과 ‘뷰티하우스’, ‘캔디샵‘, 그리고 소망화장품에서 런칭한 ’뷰티크레딧‘ 등이다. 잇츠스킨은 성신여대 1호점을 시작으로 도전했으나 답보상태이고 빨간통으로 유명한 도도화장품이 런칭한 ‘도도클럽’ 역시 30여억원을 투자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크리스찬오자르가 출시한 ‘뷰티하우스’는 홈쇼핑에서 반짝 성공을 하는가 했더니 프랜차이즈 전개는 역시 지지부진하다. VOB화장품의 ‘캔디샵’도 이들 브랜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2세대 브랜드 가운데 그나마 언급한 두 브랜드와 경쟁대열에 합류한 브랜드는 스킨푸드와 뷰티크레딧이다. 스킨푸드가 선도브랜드에 버금가는 성과를 내게 된 것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맛있는 푸드로 만든 맛있는 화장품’이라는 컨셉트에 어울리는 프로모션을 효과적으로 한 덕분이다. 실제로 스킨푸드 코스메틱은 설탕과 꿀, 와인, 우유, 초콜릿과 쌀, 콩 등 먹어도 좋은 음식들을 주재료로 각 라인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컨셉에 걸맞게 매장오픈시 매장을 방문하는 모든 고객에게 맛있는 쿠키와 함께 블랙슈가&라이스 마스크 샘플을 증정했는데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흔한 샘플이 아니라 써보고 싶은 제품을 담았기 때문에 샘플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게다가 시장을 내수와 브랜드 수출을 동시에 전개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실제로 동 브랜드는 국내 로드샵 1백여개와 대만 27개를 시작으로 싱가폴, 홍콩, 말레이시아 등지에 50여개릐 해외점포를 구축했다. 소위 인터네셔널 브랜드 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뷰티크레딧’의 슬로건은 '아름다운 약속'. 소망화장품의 모든 제품을 만날 수 있는 논스톱 쇼핑공간으로 자리메김했다. 먹고 바르는 인앤아웃 더블케어(In&Out Double Care)로 바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였다. 즉 스킨, 색조, 바디, 헤어 제품에서 건강기능식품(건강식품· 차· 다이어트 식품)까지 판매하고 있는데 백화점 수준의 고품질 화장품의 시판가의 3분의 1로 판매한다는 점이 고객유입 요인이다.

뷰티크레딧 역시 내수와 브랜드수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국내시장은 직영점을 포함하여 120개이며 해외에 15개를 운영중이다. 동사의 향후 전략은 굳이 자사제품만 고집하지 않고 멀티브랜드샵으로 전개할 구상도 갖고 있다. 언급한 두 브랜드의 창업조건은 권장평수 15~20평에 임대료를 제외하고 9천만원 수준이다.

그렇다면 선도브랜드인 두 브랜드는 건재할까? 두 브랜드의 전망을 알아보려면 가맹점 매출을 보면 알 수 있다. 언급한 바, 대부분의 가맹점들이 중심상권에 분양면적 30평 이상 차지하고 있다. 이들 입지의 특징은 여차해서 매출이 조금만 하락해도 손해가 막심하다는 점이다. 이들 업체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 안 해도 간단하다. 매출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에 납품하는 아웃소싱업체들의 볼멘소리도 들린다. 다들 죽겠다는 거다. 가맹점 매출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하도급업체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일취월장하던 두 브랜드의 하락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타겟(Target) 디자인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미샤는 색조위주의 화장품을 팔고 있어서 젊은층의 유입에 장애가 되었고, 더페이스샵은 매장을 깨끗하고 산뜻하게 만든 덕분에 젊은층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고른 내방효과를 누리긴 했으나 저가의 한계에 부딪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개당 평균 5천원 전후로 팔던 상품들이 이젠 1만원대로 조정한 것도 영업이익의 한계 때문이다. 또한 저가 화장품을 단지 브랜드 이미지로만 겨뤄보려는 한계를 보였다. 제품개발에 소홀했다는 느낌이다.

아직도 깨끗하고 우아해 보여서 화장품가게를 차릴 생각인가? 이젠 이미 상투를 잡는 꼴이될 가능성이 높으니 애즈녁에 포기하는 게 좋을 듯 싶다. 조만간 또 다른 로하스 화장품샵이 등장해서 지금의 브랜드샵들을 하나 둘 삼킬 수도 있을테니까...

그래도 적성상 화장품샵을 하고 싶다면 엘로우칩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소위 현재 천정을 치고 내려오는 브랜드가 아니라 성장일로에 있는 브랜드를 말한다. 물론 선도브랜드들처럼 입지의 힘을 빌어서 매출액 중심으로 선택하기보다 롱런할 수 있는 적정선의 입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최근 경기순환은 예전처럼 4~5년 주기가 아니라 불과 11개월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다시말하면 호경기와 불경기가 1년도 안되서 반복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경기에 다소 민감한 화장품을 굳이 1급지에 내기보다는 경기의 단기순환을 감안하여 임대료와 권리금 부담이 적은 입지를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이형석(leebangin@gmail.com)

비즈니스유엔 대표컨설턴트

창업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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