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 살해 누명 이한탁씨 석방…25년 만에 누명 어떻게 풀렸나

입력 2014-08-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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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탁씨 석방

(사진=SBS 뉴스 방송화면 캡처)

친딸을 방화 살해한 혐의로 미국 교도소에서 25년간 복역한 이한탁(79)씨가 석방됐다.

지난 19일(한국시간) 보석이 승인된 이씨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하우츠데일 주립교도소에서 해리스버그의 연방법원 중부지방법원으로 옮겨 마틴 칼슨 판사의 주재로 열린 보석 심리에서 22일 보석 석방을 최종 허락받았다.

이씨의 억울한 옥살이는 1989년 7월 29일 새벽 발생한 화재로 큰딸 지연(당시 20세)씨가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1978년 미국에 이민 와 퀸즈에서 의류업을 했던 이씨는 화재 발생 하루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먼로카운티의 한 교회 수양관에 지연씨와 함께 도착했다.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던 딸을 수양관에서 돌보도록 권유한 지인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음날 새벽 잠을 자던 이씨는 불기운을 느끼고 건물을 빠져나왔지만 딸은 화재가 진화된 뒤 주검으로 발견됐다. 결국 검찰이 화재 원인을 방화로 결론짓고 이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것.

이씨의 무죄 주장에도 검찰은 이씨의 옷에 묻어있던 휘발성 물질들을 증거로 내세웠고 재판부는 가석방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씨의 교도소 생활은 2012년 제3순회 항소법원이 중부지법에 증거 심리를 명령하면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명령에 따라 지난 5월 29일 열린 증거 심리에서 수사 당시 검찰이 적용했던 기법이 비과학적이었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타난 것이다.

당시 법정 심리에서 뉴욕시 소방국 화재수사관 출신인 존 렌티니 박사는 이씨의 셔츠, 바지, 장갑 등에 묻은 성분을 새로운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각기 다른 물질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이 내놨던 결정적 증거인 ‘이들 성분이 같다는 것’에 반박한 것이다.

검찰이 렌티니 박사가 사용한 기법이 과거 검찰이 사용했던 기법보다 더 과학적이라는 것을 인정했고 이후 이씨의 보석을 위한 절차가 진행됐다.

이에 따라 이씨는 1989년 구속 이후 처음 교도소를 벗어났다. 그러나 이날 보석 석방으로 이씨가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된 것은 아니다.

지난 8일 이씨에 대해 방화 및 살인 혐의를 적용한 것이 잘못됐다는 연방 법원 본심판사의 판결에 대해 검찰이 120일 이내에 항소하거나 다른 증거를 찾아 재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들어 검찰 측 대응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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