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총의 映樂한 이야기] 영화 '어바웃 타임' 그리고 '어바웃 뮤직'

입력 2014-08-25 14:58 수정 2014-08-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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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포스터)
◇활짝 핀 '레이첼 맥아덤즈(Rachel McAdams)'에 대한 찬사

작년 겨울이 유난히 따뜻했던 건 높은 기온 때문만은 아니었다. 모르긴 몰라도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의 영향도 컸다. 적어도 내겐. 그런 '어바웃 타임'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 건 메리 역의 레이첼 맥아덤즈였다. 물론 영화 '셜록홈즈'의 '아이린' 때부터 내가 맥아덤즈에 미쳤다는 것을 변명하진 않겠다.

맥아덤즈는 요정 같은 배우다. 그녀는 자신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흑백의 장면을 총천연색으로 빛나게 하는 능력이 있다. '어바웃 타임'에서 그녀가 맡은 메리 역시 그랬다. 특히 메리의 특별함이 드러나는 곳은 암흑의 레스토랑이다. 2분간의 암전 속에 오직 귀로만 들리는 메리의 목소리는 그 어떤 음악보다 황홀하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메리가 "Scary(무섭네요)"라고 속삭일 때 가슴이 떨렸던 건 비단 팀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팀과 메리는 레스토랑 앞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한다. 활짝 핀 미소로 다가오는 메리와 그런 메리를 얼뜨기 같이 바라보는 팀, 메리의 밝은 갈색 머리 뒤로 아른거리는 조명, 그 눈부신 장면에서 폴 뷰캐넌(Paul Buchanan)의 'Mid Air'이 흘러나온다. 나지막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 메리가 몇 번이고 뒤를 돌아 팀을 확인하는 순간은 팀의 말대로 '놀라운 순간'이었다.

(사진=영화 스틸컷)
◇가을볕처럼 따뜻한 '빌 나이(Bill Nighy)'에 대한 찬사

'어바웃 타임'은 잘 알려졌듯, 영화 '러브 액추얼리' 감독 리처드 커티스(Richard Curtis)의 자칭 마지막 연출작이다. 커티스는 전작에서 그랬듯 '어바웃 타임'에도 독특한 인물들을 많이 등장시킨다. 팀의 친구 로리와 동생 키캣, 데스먼드 삼촌 등등. 그중 '러브 액추얼리'의 코믹한 팝스타 빌리 맥의 역할로 잘 알려진 영국 배우 빌 나이도 있다. 그는 '어바웃 타임'에서 팀의 아버지 역할을 맡아 시종일관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마른 몸에 날카로운 선을 가진 배우지만, 그가 가진 근본적인 에너지는 가을볕처럼 따뜻하고 청년처럼 유쾌하다.

'어바웃 타임'에서 그를 위한 아버지의 테마곡은 그룹 '닉 케이브 앤 더 배드 씨즈(Nick Cave And The Bad Seeds)의 'Into My Arms'이다. 투박하지만, 덤덤히 "Lord(주님)"를 노래하는 'Into My Arms' 속 케이브 목소리는 '어바웃 타임'의 아버지를 닮았다. 아들과 함께하는 탁구경기에는 함박웃음을 짓고, 다가온 죽음 앞에는 "OK, Big Day(그래, 그날이구나)'라며 덤덤히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아버지를 닮았다.

(사진=영화 스틸컷)
◇달콤거룩한 벤 폴즈(Ben Folds)에 대한 찬사

'어바웃 타임'이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벤 폴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바웃 타임' OST의 1번 트랙으로 수록된 폴즈의 음악은 'The Luckiest'다.

사실 벤 폴즈는 팝 발라드 가수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Still'과 'Still Fighting It', 'The Luckiest' 등의 음악만 국내에서 유명세를 타며 폴즈는 팔자에도 없는 팝 발라드 가수로 알려졌다. 그러나 폴즈는 사실 90년대 '벤 폴즈 파이브(Ben Folds Five)' 때부터 꾸준히 피아노락을 해오던 길들지 않은, 아니 길들길 거부하는 락커다. 물론 'The Luckiest'를 한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은 오른손으로 피아노를 두드리고 왼손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머더퍼커"를 부르짖는 폴즈의 모습을 감히 상상조차 못할 것이다.

아무튼 벤 폴즈의 거룩한 팝 발라드 계보의 종지부를 찍은 'The Luckiest'의 달콤한 가사 일부를 소개한다. "사실 난 처음부터 잘하는 게 없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 잘못된 길을 지나, 엎어지고 넘어지면서 여기까지 왔어. 내가 만약 50년 전 네가 살던 동네의 어떤 집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늙은 나는 어쩌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당신을 그냥 지나쳤을지도 몰라. 그래서 난 지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란 걸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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