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근로자 자살했나

입력 2006-09-0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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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현대차의 노동탄압이 부른 자살” 주장

지난 1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남모씨(53)가 사측의 노동탄압에 의해 자살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본보 9월1일자 참조>

경찰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남씨가 유서를 남겼고, 자살 직전에 남씨 동료를 만나 술을 먹고 헤어진 후 문자메세지를 남겨 자살을 암시했다는 점에서 남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 울산공장 노동조합과 실천노동자회(실노회) 일각에서는 남씨가 사측의 노동탄압에 의해 자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과 실노회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공장 52의장 관리팀은 자살한 남씨를 자살 직전까지 근태확인을 한다며 감시하고, 남씨가 지난 8월 28일부터 외곽작업장에 작업을 수행하자 남씨를 52의장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아니고, 불량수정작업도 하지 않았다며 남씨를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또한 남씨는 공장 신설에 따른 작업장 폐쇄로 전환배치를 받아야 하지만 적정한 일자리 배치가 이뤄지지 않고 ‘배치대기’ 상태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노회 한 관계자는 “유서에 거론된 관리자들은 남씨를 6년 동안 놀고먹고 작업장에 소속되지도 않은 사람으로 취급해 인간적인 모멸감과 치욕감을 안게 했다”며 “그동안 남씨가 산타페부터 투싼수출차에 이르기까지 불량수정작업을 묵묵히 수행해온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인테 남씨가 전환배치에 불만을 품자 사측이 남씨에게 인간적인 모욕감을 줘 자살을 유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측은 남씨에 맞는 적정한 일자리를 배치하지 않고 공장 내부에서 인라인 작업장으로 가도록 강요했고, 남씨가 이를 거부하자 강제로 전환배치하려고 했다”며 “사측은 그동안 전환배치를 통해 일방적인 일자리 배치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근무시간통제로 조합원의 생계를 압박하며 노동탄압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남씨의 유서와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측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남씨가 주간작업인 불량차 수정작업을 해오다 사측이 전환배치를 위해 일방적으로 작업장 폐쇄와 주야교대근무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자살 직전에는 소속도 없는 근로자로 전락시키는 등 심적 고통을 주자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남씨는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의 현장조직인 실노회의 부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현대정공 재직시에는 노조 부위원장을 역임했었다.

현재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는 남씨의 정확한 자살 이유를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사측에 공식 항의하는 등의 대책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 한 관계자는 “남씨의 유서를 토대로 현장 근로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남씨의 자살 원인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며 “유서와 자살 직전의 남씨 동료와의 통화 내용 등으로 보아 남씨가 사측의 일방적인 작업장 폐쇄와 전환배치로 심한 모멸감을 느껴 자살을 결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울산공장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고 현재 경찰이 조사 중이어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며 입장표명을 꺼리고 있다.

실노회 관계자에 따르면 남씨는 자살 전날이 8월 31일 동료 A씨에게 전화를 걸어 20여분 동안 공장폐쇄 등의 문제에 대해 토로했고, 오후 5시경 A씨를 만났다.

남씨와 A씨는 술을 먹고 헤어졌고, 9월 1일 새벽 12시경에 A씨에게 "뒷일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A씨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현장에 있던 작업자에게 남씨의 작업장에 가보라고 연락한 후에 현장으로 출발했다.

A씨가 새벽 3시 30분경 현장에 도착해보니 경찰이 먼저 와 있었고, 남씨는 이미 전선에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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