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우리 경제의 맥박이 약해지고 있다”며 경제를 살리기 위한 민생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여야가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두고 대치 중인 데 대해서는 “민생법안만큼은 8월 임시국회에서 분리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9월 정기국회는 예산과 국정감사 등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남은 8월 국회가 민생국회로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최 부총리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 “다 동원을 해서 해결을 해야지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며 내각을 질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아침 담화문 발표계획은 전날 밤 늦은 시간에야 기자들에게 통보됐다.
최 부총리는 “정부에서 조속한 입법을 요청한 민생·경제관련 30개 법안은 국민들의 절실한 요구를 반영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어렵게 만들어낸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 정책들이 실시간으로 입법화되어도 모자랄 판인데도 국회만 가면 하세월”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 부총리는 “시장에는 다시 ‘그러면 그렇지’라며 무기력감이 번질 조짐”이라며 경제는 “시장의 심리는 우리를 하염없이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간신히 지켜온 경기회복의 불씨에 다시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담화문에서 최 부총리는 중점 법안을 일일이 열거하며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송파 세 모녀 사건이 계기가 된 ‘기초생활보장법’, 소상공인진흥을 위한 ‘국가재정법’, 월세부담 경감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등의 효과와 법안통과가 지연될 때 예상되는 부작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부총리는 “이번 회기에 민생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리지 못한다면 우리경제는 길을 잃고 회복하게 힘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뒤 “민생경제를 위하는 것이 애국이다. 여야 국회의원님들께서 희망의 손뼉을 함께 울려 달라”고 당부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 중인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 그는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 정치권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선을 그은 뒤 “그와 무관한 시급한 민생경제 법안들은 여야 국회의원들께서도 부디 국민들의 입장에서 분리·우선해서 조속히 처리하는 ‘결단의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담화문의 내용에 앞서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를 두고 경제부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한 배경이나 발표자가 적절하느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부총리의 담화문 발표는 두 번째로, 앞서 현오석 전 부총리는 지난해 철도파업 국면에서 민영화 논란 등을 해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