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지막 금싸라기 땅 ‘한전 부지’ 인수전…누구 품에 안길까

입력 2014-08-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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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공격적’, 삼성 ‘신중’…외국자본 변수

#1986년 11월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167번지에 고층 빌딩이 들어섰다. 1961년 중구 남대문로에 첫 둥지를 틀었던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여의도, 을지로, 청담동 등을 전전하다 삼성동 사옥을 완공한 날이다. 총 7만9324㎡(약 2만4000평)의 부지에 지상 22층, 지하 3층으로 지어진 본관과 지상 5층, 지하 3층의 별관, 지상 4층 건물의 후생관이 ㄷ자 형태로 지어졌다. 당시 주변은 황량했다.

그러나 만 27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땅으로 변모했다.

마지막 남은 강남 노른자위 땅인 한국전력본사 부지의 인수전이 29일 막을 올렸다.

축구장 12개를 합친 면적(7만9342㎡)의 이 부지는 서울 강남의 중심지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옆에 있어 규모와 입지 면에서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감정가격이 3조3346억원으로, 작년 말 기준 공시지가(1조4837억원)는 물론 장부가액(2조73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이번 인수전의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현대차는 7월 17일 한전이 이사회에서 경쟁입찰 방식의 매각 방침을 결정하자마자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현대차그룹은 한강변 뚝섬에 지으려던 110층 높이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무산되면서 한전 부지로 눈길을 돌렸다. 특히 양재동과 계동 등 서울시내에 퍼져 있는 주요 사업본부와 계열사를 한 데 모아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맞는 ‘현대차그룹 타운’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는 서울시의 국제업무지구 개발이라는 기본 구상과도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생명을 앞세웠다. 지난 2011년 한전 부지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한국감정원 부지 1만988㎡(3324평)와 연면적 1만9564㎡(9518평) 규모의 건물을 2328억원에 사들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삼성이 한전 부지까지 통째로 매입해 통합 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동’이란 지명이 그룹명과 같은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삼성물산이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시장에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에버랜드 등 그룹 계열사 다수의 지분을 갖고 있는 데다 제2에버랜드 등 그룹 주요 개발사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전 부지의 몸값이 비싼 만큼 인수 후보 기업이나 다른 관심 있는 기업, 국내외 자본 등이 짝을 만들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계 카지노그룹인 라스베이거스 샌즈는 이미 서울시 측에 카지노 시설을 포함한 대규모 전시·컨벤션 단지 조성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뤼디그룹(綠地集團) 프랑스의 대형 건설업체브이그 등이 거론되지만 참여 여부는 불확실하다.

업계에서는 한전 부지의 40%가량을 기부채납 받아 공공시설로 활용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도 이번 입찰의 최대 변수로 꼽는다.

서울시는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 업무·마이스(MICE, 회의·관광·컨벤션·전시회)·스포츠·문화엔터테인먼트 중심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전 본사 터에 초고층 빌딩을 세울 수 있도록 부지 용도를 현재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막대한 개발이익의 일부 환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지만 인수자로서는 그만큼 비용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한전은 이번 부지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부채감축 목표의 조기 달성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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