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근의 거리와 사연들] 정릉동 산등성이 붕괴 직전 '스카이아파트'...대체 이곳에 무슨 일이

입력 2014-09-0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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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정릉동 산등성이에 있는 스카이아파트. 올해로 준공 45년을 맞는 이 아파트는 곳곳에 심각한 균열에도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사진=송형근 인턴기자)

'18년, 20년, 27년'

사람으로 치면 '이팔청춘'에 해당하는 이 연도들은, 대한민국 아파트엔 평균 수명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18년이 넘어가면 배관에 문제가 생기고 20년이면 균열이, 27년이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된다는 것이죠. 실제 대부분의 주택은 이르면 건축된 지 15년, 늦어도 20년이 되면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하는 게 '일상다반사'입니다.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죠.

그러나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는 지어진 지 40년이 넘는 고령의 아파트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평균 연령을 한참 넘어 위태위태하지만, 재건축 계획조차 없는 위험천만한 아파트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있는 스카이아파트입니다. 지난 1969년 지어진 스카이아파트는 판자집들이 가득한 정릉동의 산등성이에 지어졌습니다. 1971년 첫 입주 당시 우뚝 솟은 4층 규모의 스카이아파트는 이 근방의 '랜드마크'였다죠. 당시엔 주변 풍광을 어우르는 아파트로 주목받았답니다.

일대에서 경관 멋진 아파트로 꼽혔어도 세월의 풍파는 이겨낼 수 없었나 봅니다. 2014년 현재 정릉동 스카이 아파트는 페인트칠은 흔적도 없이 벗겨졌고, 회색빛의 시멘트만 남았습니다. 심각한 내부 균열과 화재 위험 만발한 배전구조, 위험천만해 보이는 5m 크기의 외벽 균열까지 당장에라도 무너져 내릴 듯합니다.

▲심각한 균열은 외벽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지난 2008년에는 고령 건축물들이 받는 건물검사에서 안전진단 E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E등급이면 사람이 거주 불가할 정도로 붕괴 위험 수준이란 걸 의미합니다. 수년 내 말 그대로 '폭삭' 무너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무너질 듯 위태로운 정릉동 스카이 아파트에는 아직도 2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매일 생존의 위협을 받으면서 말이죠. 성북구청에서는 건물 외벽에 철제 구조물을 덧대 막고 있었습니다만, 지난해엔 이마저도 위험해 철거한 정말 건물로서의 수명은 끝까지 간 아파트입니다.

스카이 아파트의 위험은 건물 내의 거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인근 지대보다 높은 곳에 있어 만에 하나 무너질 경우 최소 다세대 주택 6채의 피해가 예상될 정도입니다.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인근 주택단지 수십 가구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합니다.

▲재난등급 E를 받은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스카이아파트에는 20여 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정릉동 산등성이에 위태롭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 스카이아파트.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철거되지 않고 아직도 사용되고 있을까요.

40여 년 간 사람이 거주해왔는데 당연히 위험천만한 스카이아파트 역시 재개발 얘기가 오갔습니다. 지난 2005년 정릉3구역 재개발사업장에 속한 스카이 아파트는 개발추진위원회에 의해 사업승인이 떨어지며 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8년이 되자 상황은 뒤바뀝니다. 당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경기가 악화된 데다 서울시가 스카이아파트를 자연경관지구로 지정, 고도제한 규제까지 받게 되면서 사업이 멈춰버린겁니다. 고도제한에 걸리면 4층까지만 건물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재건축이 돼도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 것이죠.

결국, 담당 지차체인 성북구청은 수용방식 개발은 지자체 부담이 크니 거주민들이 일정 부분의 비용을 대는 방침을 정합니다. 한마디로, 개인 재산을 재건축 해야 하니 주민들이 자금을 대야한다는 논리죠.

문제는 이곳의 거주민들에겐 재개발 분담비를 낼 여력이 없다는 겁니다. 지난 2008년 마지막 거래가 됐던 58㎡가 1억4000만 원으로 서울시 내에서 가장 낮은 부동산 지가가 형성된 게 스카이아파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재건축 사업이 멈춰버린 지난 2008년, 스카이아파트는 재난위험시설로 지정, 매물 등록이 금지됐습니다. 거주민들은 꼼짝없이 이곳에 묶이게 된 것이지요. 아파트를 담보로 한 대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 온 겁니다. 한 마디로 팔지도 재개발하지도 못해, 그저 하루하루 연명하는 셈입니다.

수명이 다한 정릉동 스카이아파트를 자본의 논리로만 봐야 할까요. 재난시설물로 지정된 지 6년, 균열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만일 붕괴라도 된다면, 건물 주민은 물론 바로 밑의 주민들에게는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개발의 이득이 남지 않는다고 놔두는 게 옳은 일일까요. 쓰러져 가는 아파트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재건축 비용을 대라는 게 바람직한 걸까요. 거주민과 인근 주민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수지타산을 따져보는 게 우선인 지 다시금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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