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에서 통신시장에 이어 기술시장 진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가 미국 3위 통신업체이자 자회사인 스프린트를 통해 내년 여름 미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페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이미 뜨겁다. 회사에 따르면 페퍼와 관련한 문의는 이미 300~400건이 들어온 상태며 금융은 물론 식품서비스에서부터 교육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페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회사는 먼저 일본에서 이 로봇을 내년 2월에 시판할 계획이다. 가격은 19만8000엔(약 200만원)으로 정했으며 미국 판매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손 회장은 지난해 220억 달러를 들여 스프린트의 경영권을 손에 넣은 데 이어 최근 로봇산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로봇산업을 신규 먹거리 산업으로 보고 2020년까지 국내 로봇생산 규모를 지금의 두 배로 끌어올려 2조4100억 엔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소프트뱅크도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6월 로봇 자회사인 ‘알데바란로보틱스’가 개발한 감정을 표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처음 공개했다. 페퍼는 사람처럼 상대방이 건넨 말에 농담으로 되받아치고 춤을 추기도 한다.
로봇사업에 대한 손 회장의 애정은 각별하다. 손 회장은 페퍼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1960년대 인기 만화영화 아톰을 보며 오래전부터 지능 로봇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꿨다”면서 “페퍼는 바로 그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달 회사는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와 유사한 방식으로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OS인 ‘V-Sido OS’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OS는 안드로이드처럼 사용자가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으로 해당 로봇을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며 건설은 물론 헬스케어와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으로 이용 가능하다.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의 CEO인 토미자와 후미히데는 “우리는 일본에서 관련 정보를 모은 후 1년 안에 미국에서 페퍼를 판매할 것”이라면서 “페퍼 판매가 절반은 산업분야에서 절반은 일반 소비 분야에서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토미자와 CEO는 페퍼의 판매 목표는 밝히지 않았으나 로봇을 개인 취향에 맞게 제어할 수 있고 길들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