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9월 들어 3일 연속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 경신

입력 2014-09-03 16:46 수정 2014-09-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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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차 지지선인 950원까지 떨어질 가능성”

원·엔 환율이 9월 들어 3일 연속 금융위기 이후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3일 외환은행 및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일보다 0.04원 내린 100엔당 971.43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8월 21일(100엔당 967.80원) 이후 가장 낮다.

특히 원·엔 환율은 지난달 29일부터 4거래일째 감소했으며 이달 1일부터는 3일 연속 금융위기 이후의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엔·달러 환율도 105엔대에서 거래되면서 엔화 가치는 크게 하락한 모습이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이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근 경제지표가 잇따라 호조세로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통화정책 정상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반면 일본은 경제지표 부진으로 일본은행(BOJ)이 오는 4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엔저에 힘을 보탤 부양책을 발표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일본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 -6.8%로 대지진 이후 최악을 기록했고, 상반기 경상수지도 1985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나타냈다. 또 일본 연기금의 해외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는 것도 엔화 약세를 부채질 했다.

이렇게 엔화가 미 달러화 강세 영향을 크게 받는 것과 달리 원화는 상대적으로 그 영향이 크지 않은 모습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7원 오른 1020.0원에 마감했다. 이는 견조한 국내 경상흑자 기조를 바탕으로 달러가 공급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은 것도 원화가치를 떠받치고 있다.

원·엔 환율의 하락세가 가파르자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최근 엔저가 다시 심화되고 있는 만큼 원·엔 환율 동향 및 영향에 대해서도 면밀히 점검하고, 미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가 점차 마무리돼 감에 따라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원·엔 환율은 당분간 960원 중반에서 970원 초반 사이의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 달러 강세 속에 수출업체 네고,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 등으로 원·엔 환율은 상하단이 막혀 추석 전까지는 960원 중반에서 970원 초반의 좁은 범위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홍 연구원은 이어 “이번주 주말에 발표되는 미 고용지표가 호조세로 나타나면 원·엔 환율은 더 하락해 올해 1차 지지선으로 예상되는 950원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엔저가 우리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2012년 7월 이후 26개월간의 수출 데이터를 보면 엔화 가치변화가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를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4일에는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의 정례 통화정책 회의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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