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르면 4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최 원장이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방침을 그대로 수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최근 KB금융의 내홍이 다시 불거지면서 최 원장이 중징계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4일 “KB금융 징계 수위에 대한 최 원장의 최종 결정이 오늘 중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제재심의가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해 경징계를 결정한 지 2주 만이다. 제재 결정이 지연되면서 금융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번 주 안에 결론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최 원장의 선택은 제재심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KB금융의 내분 사태가 심화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최 원장이 2주 가까이 장고에 들어가면서 이례적으로 제재심의 결정안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지시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최 원장은 제재심의 이후 KB금융 사태가 봉합되지 않고 되레 임 회장과 이 행장 간 갈등이 더욱 커지는 것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노동계에선 최 원장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KB금융 사태를 방치해선 안된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징계를 결정하면 최 원장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중징계 카드를 꺼내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의 전례를 깨고 제재심의 판단을 뒤집게 되면 제재심의의 존립 근거를 흔들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 원장이 관례에 따라 경징계를 수용하면서도 경영진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최 원장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를 결정할 경우 이 행장의 제재는 곧바로 확정된다. 다만 금융지주회사 임원의 중징계는 금융위 의결사항이기 때문에 임 회장은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