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최종 확정했다. 이는 당초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방침을 이례적으로 뒤집은 것이다. 최 원장은 임 회장과 이 회장이 직무상 감독의무를 현저히 태만하게 해 심각한 내부통제 위반행위를 초래했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은 지난 5월 19일~6월 5일 중 국민은행에 대해 주전산기 전환사업과 관련한 부문검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은행은 주전산기 관련 컨설팅보고서가 유닉스에 유리하게 작성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고 주전산기의 유닉스 전환 관련 성능검증(BMT) 결과 및 소요비용을 이사회에 허위보고한 사실 등이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이에 금감원은 국민은행에 기관경고 조치와 함께 이 행장에 대해서는 중징계 상당의 문책경고를 내리는 등 징계를 최종 확정했다.
금감원은 또 KB금융 경영진이 자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국민은행 주전산기의 유닉스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에 임 회장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확정했다. KB금융에 대해서는 기관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금감원은 임 회장이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사업과 그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 수차례 보고 받았으면서도 이러한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직무상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하게 해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고 국민은행의 주전산기를 유닉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강행하려는 의도로 자회사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2주간의 고민 끝에 지난달 21일 제재심의 결정을 뒤엎었다. 금감원장이 자문기구인 제재심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 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경우 직무상의 감독의무를 현저히 태만히 함으로써 심각한 내부통제 위반행위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주전산기 전환 검토과정에서 은행 IT본부장을 교체토록 하고 전산시스템 성능 검증 관련 자료를 은행 핵심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에 허위 보고한 행태는 고도의 도덕성을 갖춰야 할 금융인에게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위법행위”라며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이 문책경고로 징계수위가 올라감에 따라 앞으로 3년간 임원 및 준법감시인 선임자격이 제한된다. 한 단계 위인 직무정지나 해임권고와 달리 당장 물러나야 한다는 강제규정은 없지만 통상 문책경고를 받은 최고경영자(CEO)는 자진사퇴하는 것이 관례다. 다만 임 회장에 대한 제재는 금융위 의결을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