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임영록·이건호 중징계 발단된 ‘전산교체’ 갈등

입력 2014-09-0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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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중징계까지 불러온 ‘KB 사태’의 직접적인 배경은 은행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의혹 공방이었다.

이 행장 측은 유닉스(UNIX) 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한 기존 이사회 결정 과정에 하자가 있었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KB금융 측은 특혜 시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을 두고 무리하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을 안팎으로 확산시켰다고 비판한다.

은행 주 전산기로 IBM의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는 국민은행은 내년 7월 한국IBM과의 계약 종료를 앞두고 지난해 7월부터 3개월간 컨설팅업체 언스트앤(E&Y)으로부터의 자문을 거쳐 차기 주 전산기 기종을 유닉스로 결정했다.

은행 IT 부서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벤치마크테스트(BMT)를 실시하고 결과를 종합, 4월 24일 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주전산기 전환계획안을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사회에 앞서 임시 운영위원회가 열린 4월 14일 셜리 위 추이 한국IBM 대표는 이 행장에게 당초 협상가격보다 낮은 1500억대에 계약을 제안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이 행장은 이메일을 윤웅원 KB금융 부사장(CFO), 김재열 KB금융 최고정보책임자(CIO), 정병기 은행 상임감사에게 보내 검토를 요청했다.

이 행장의 재검토 지시와 정 감사의 문제제기에도 4월 24일 이사회에서 유닉스 전환 계획은 사외이사진을 중심으로 원안 통과됐다. 이사회 직후 정 감사는 즉시 감사 착수를 지시했다. 5월 16일까지 진행된 내부감사에서 감사팀은 전산기 교체 안건 보고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보고서에는 유닉스 기반 시스템의 비용과 잠재 리스크 요인을 의도적으로 축소·누락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이런 자료 왜곡 과정에 지주사의 깊은 관여가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감사 결과를 보고받은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5월 19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 보고서 채택을 시도했다. 그러나 사외이사 6명의 감사보고서 채택 거부로 결국 보고가 무산됐다.

이사회 직후 이 행장은 임시 이사회 결과와 감사보고서를 주요 경영사항으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당일 검사역을 파견해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내부갈등이 외부로 불거진 순간이었다.

KB금융지주 측은 이 행장의 이런 행동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재열 지주 CIO는 19일 밤 입장문을 내고 “정 감사는 은행 경영협의회와 이사회에서 결의된 사항에 대해 자의적인 감사권을 남용해 이사회를 무력화시키려 했다”고 비판했다.

이후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갈등은 커져만 갔다. 5월 21일 유닉스 시스템 전환을 위한 입찰에서는 1개 업체만이 참여해 유효경쟁 상실로 사실상 사업 진행이 중단됐다.

5월 23일과 30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금감원 검사 이후까지 전산기 교체 사업을 중단시키기로만 합의했다.

감독당국의 검사 기간 이사회 갈등은 수면 아래로 내려앉는 듯했으나 6월 9일 금융당국이 임영록 KB지주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를 사전통보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졌다.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사안도 징계 사유로 포함했기 때문이다.

연이은 결정 연기 뒤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각각 경징계 제재 결정을 내려 사태가 갈등 봉합 국면으로 흐르는 듯했다. 이후 두 수장은 화해 시도를 했으나 템플스테이 소동과 이 행장 측의 전산담당 임원 고발 조치로 갈등 봉합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4일 최수현 금감원장이 제재심 결정을 뒤집고 임 회장과 이 회장 모두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리기로 확정하면서 KB 전산갈등 사태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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