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받은 두 수장 엇갈린 행보…남은 임영록 “진실규명” VS 떠나는 이건호 “할 일 다했다”

입력 2014-09-0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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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회장 제재 금융위 최종 결정…중도사퇴 압박 속 법정공방 갈수도

“이 시간 부로 사임한다.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이건호 KB국민은행장)

“KB의 명예회복을 위해 정확한 진실이 명확히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임영록 KB금융 회장)

최수현 금감원장으로부터 ‘레드카드’(문책경고)를 받은 KB금융 두 수장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사실상의 사퇴 압박에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할 일을 했다”며 즉각 사임했고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반기를 들었다.

떠나는 자로 인한 경영공백과 남겨진 자에 대한 당국의 사퇴압박에 KB혼란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 행장 중징계 통보에 사임 결정 = 이 행장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 시간 부로 사임한다”며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고, 내 행동에 대한 판단은 감독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하신 것으로 안다”고 용퇴 의사를 밝혔다.

그의 사임은 이날 최 원장이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와 관련해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제재 수위를 중징계(문책적 경고)로 상향 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의 용퇴에 대해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를 제기한 자신의 행동이 옳은 것이었으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란 뜻으로 풀이한다.

KB국민은행 직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 행장은 이번주 초까지만 해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모든 것을 이사회에 위임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공고히 했다.

오히려 부지점장급 인사를 통해 스토리금융구현 TFT를 구성하고 지점 개설준비위원장을 위촉해 리테일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경징계 결정을 전환점 삼아 내부조직을 살피고 도약을 모색하겠다는 복안이었다.

현재 KB국민은행은 심각한 수익난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KB국민은행 순이익은 5462억원에 불과해 우리은행(5267억원)과 더불어 순익이 가장 적었다. 신한은행의 순이익(8421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총자산 규모가 훨씬 작은 기업은행(5778억원)보다도 이익 규모가 작다.

이에 이 행장은 내분사태 속에서도 꾸준히 스토리금융을 설파하며 리테일 강화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그의 사임으로 수익난이 당분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직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임 회장, 명예회복 나설 것 = 이 행장의 사임으로 이제 모든 시선은 임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일단 임 회장은 사퇴 거부의사를 밝혔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적절한 절차를 통해 정확한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 임원에 대한 중징계는 금융위 의결 사항이기 때문에 임 회장은 이 행장과 달리 금융위의 판단을 한번 더 거쳐야 한다. 그가 사퇴를 거부하고 나선 것도 금융위 최종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을 포함한 전 계열사를 관리하는 수장인 만큼 경영혼선이 최소화될 수 있는 시점에 결단을 내리겠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그가 진실 규명을 위한 방편으로 법적 공방까지 불사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황영기 전 KB지주 회장의 경우 당국의 제재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으로부터 징계가 부당하다는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가 직(職)을 유지해 가는 것은 녹록지 않다. 문책경고를 받았다고 해서 꼭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기 동안 계속 중도사퇴 압력에 시달리고 당국의 승인 제동에도 걸릴 수 있어 KB로서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한편 국민은행장 선임은 KB금융 회장과 사외이사 2명으로 이뤄진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 맡는다. 임 회장이 사퇴한다면 사외이사 2명만 남게 돼 선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KB금융 회장은 사외이사 9명으로 이뤄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하게 된다. CE0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정해지는 내부 후보들과 헤드헌팅업체가 추천하는 외부 후보들이 후보군을 구성한 후 서면평가, 평판조회, 심층면접 등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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