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

입력 2014-09-05 10:12 수정 2014-09-0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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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표 국회의원

지난 8월 임시국회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놓고 공전할 때, 유일한 국회 의사일정으로 진행된 것이 대법관 인사청문회였다. 이때 대법관 후보자는 30여년간 판사로 근무하고, 법원행정처 차장까지 역임했기 때문에 대법관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었다. 다만, 또 판사 출신이 대법관으로 제청된 데 대해 ‘그들만의 리그’라는 청문위원들의 지적이 계속되었다.

우리나라 대법관 수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이다. 그러나 지난 3일 법관 출신 후보자가 국회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이제는 모든 대법관이 법관 출신들로 구성된 것이다. 특히 국회 입법조사처 분석에 의하면 1980년 이후 대법관으로 임명된 85명 중 81.2%인 69명이 현직 판사 출신이고, 임명 시 현직 판사가 아니었던 대법관은 검사 9명, 변호사 6명, 법학교수 1명 등 16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구성이 법관 출신들로만 이뤄지면, 다양한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시각도 담아내면서, 큰 안목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특히 평생을 판사로 살아온 분들끼리는 다양한 입장의 치열한 논쟁이 있기 힘들고, 따라서 국가적 메시지를 던지기 어려워 정책법원으로서의 역할이 약화된다고 한다.

또 14명의 대법관 가운데 12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고, 여성은 2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법관은 주로 서울대 법대와 법관 출신의 50대 남성이다. 우리 사회의 인구 구성, 성비, 출신 대학 등과 확연한 차이가 난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는 이제 대법관 인사청문회의 주된 의제가 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법조일원화가 이루어진 영-미 법계에서는 대법관 구성이 다양화되어 있고, 대륙법계에서는 경력 법관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은 대법관의 요건이 따로 법률로 정해져 있지 않다.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대법관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은 법조 경력자다. 미국의 대통령은 대개 자기와 정치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하고 있기에 미 대법원은 보수와 진보의 견해차가 심하다.

독일, 프랑스 등은 대법관을 임명할 때 법관 경력이 중요하며, 여기에 다양성에 대한 고려는 작용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최고재판소 재판관 15인 가운데 10인은 판사 변호사 등의 직에 있는 자 중 선발되지만, 나머지 5인은 법률가의 자격이 필요 없다. 행정가, 외교관도 최고재판소 재판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법관의 자격 요건은 법원조직법에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는 20년 이상의 판사, 검사, 변호사 및 변호사 자격을 가진 공공기관 경력자, 교수 경력자를 대법관의 임명제청 대상자로 하고 있다. 결국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는 우선적으로 검사·변호사·교수 등의 직역에 대법관을 할당하라는 것이 된다.

그러나 법원 쪽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실력 있는 변호사는 인사청문회 때문에 이를 사양하는 경우도 있고, 검사 출신 대법관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꼭 우호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또 다양성을 추구한다면 직역만이 아니라 나이, 성별, 출신 대학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년이 70세이기 때문에 40대, 60대의 신임 대법관이 있어야 하고, 우리 사회의 성비에 맞게 여성 대법관이 50%는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대법관 1인당 연간 사건 수 3000 여건을 처리해야 하는 현재의 상고제도하에서는 재판 능력이 없는 대법관을 선발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적임자를 법원 내부에서 우선적으로 찾을 수밖에 없다. 대법관 구성을 어떻게 다양화할 것인가는 상고심제도 전반의 개편과 함께 종합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측면이 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법조일원화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법원구성이 경력법관제 위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다양한 직역에 종사했던 변호사들이 법관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해소될 문제다. 다만 그 전이라도 직역뿐만이 아니라 성별 등에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에 대한 노력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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