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은 극장가의 흥행 시장 확대를 일궜다. 상반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한국영화는 ‘명량’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군도: 민란의 시대’ ‘해무’ 등 100억 대작들의 선전으로 다시금 활기를 띠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20대에서 30대에 쏠려 있던 극장가 관객 연령대가 4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이는 다가오는 추석 연휴 극장가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투자 배급사들이 여름 성수기만큼 고대하던 추석 황금기가 돌아오고 있다. 가족 단위 관객을 잡기 위한 영화들의 눈치싸움이 본격화된 가운데 ‘타짜-신의 손’ ‘두근두근 내 인생’ ‘루시’가 9월 3일 동시 개봉하면서 추석 연휴 극장가 판도를 주도할 전망이다.
‘타짜-신의 손’은 조승우, 김혜수, 유해진, 김윤석이 주연을 맡았던 ‘타짜’의 후속작이다. 허영만 화백의 동명 만화 ‘타짜’ 시리즈의 2부를 영화화한 것으로 시나리오의 탄탄함을 확보했고, 고니(조승우)의 조카 대길(최승현)을 중심으로 고광렬 역의 유해진과 아귀 역의 김윤석이 또 출연한다는 점에서 향수를 자극한다. 이번 시리즈는 신세경, 이하늬를 중심으로 좀 더 치명적인 ‘19금’ 매력을 발산한다는 점에서 남성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언론시사까지 마친 시점에서 ‘타짜-신의 손’의 키워드는 ‘벗고 치는 고스톱’, 즉 노출이다. ‘과속스캔들’ ‘써니’를 통해 흥행 감독으로 거듭한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곽도원이 악역으로 분해 도박판에 무게감을 더한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지만 경쟁작에 비해 오락영화의 향기가 짙다는 점이 추석 연휴 흥행을 기대하는 최우선 요인으로 꼽힌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강동원, 송혜교의 부모 연기 도전으로 화제다. 강동원, 송혜교는 열일곱 나이에 자식을 낳은 어린 부모로 분한다. 아들은 여든 살의 신체 나이를 가진 조로증 환자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 가장 가족적이며 ‘어린’ 부모와 ‘늙은’ 아들의 사랑, 갈등, 신뢰, 감동을 담고 있어 추석 극장가의 눈물샘을 자극할 전망이다. 발간 3개월 만에 14만부의 판매 기록을 세우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검증된 시나리오라는 평이 나온다. 변수는 최근 불거진 송혜교의 세금 탈루 논란. 송혜교는 ‘두근두근 내 인생’의 언론시사 현장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지만 싸늘한 반응은 여전히 존재한다.
‘루시’는 1600만의 주역 최민식의 첫 할리우드 작품이라는 점, 세계적인 거장 뤽 베송의 액션 신작이라는 점, 스칼렛 요한슨과 최민식의 연기 호흡을 볼 수 있다는 점 등 관객의 발걸음을 이끌 매력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흥행 소식에서는 대작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지난 7월 25일 북미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루시’는 북미에서만 개봉 첫 주말 흥행 수익 4400만 달러(약 446억원)를 기록했다. 이어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물론 레바논,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등 중동 국가,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의 동남아 국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27개국 박스오피스를 점령, 2억 달러(2030억원)의 수익을 달성했다. 뇌의 100% 사용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뤽 베송 특유의 액션 컬러는 국내 관객들에게도 솔깃한 소재임에 분명하다. 여기에 3일 개봉을 앞둔 스텝업 시리즈의 최신작 ‘스텝업: 올인’과 4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쿰바: 반쪽무늬 얼룩말의 대모험’ ‘마야’는 추석 극장가 흥행 복병의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