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국제약 김혜경 대표가 미국 현지에서 체포됐다. 체포 과정은 한편의 영화 같았다. 추적팀을 우연히 마주친 김 씨는 선글라스를 낀 채 영어를 못하는 척하며 신분을 속이려 했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어제 오전 11시 6분쯤, 김혜경의 전 한국제약 대표가 버지니아주 타이슨스 코너에 있는 주거지에서 체포됐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미 국토안보수사국과 공조해 김 씨의 뒤를 쫓고 있었으며, 국토안보수사국 워싱턴DC 지부와 국내 지부가 함께 김 씨 검거에 성공했다. 김 씨를 쫓던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HIS 추적 팀은 여러 거주지를 급습했지만 번번이 허탕이었다.
3교대로 일주일 넘게 잠복근무를 밥 먹듯이 했지만 김혜경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워싱턴D.C. 인근 한인 밀집지역인 '타인슨스 코너'의 한 아파트에서 김 씨와 관련된 IP주소가 포착됐다.
미국 시간으로 지난 4일 오전 11시쯤, HSI 직원들이 해당 아파트로 출동해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순간, 동양인 여성을 맞닥뜨렸다. HSI 직원들은 김혜경 씨의 사진을 가지고 있었지만 김 씨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얼굴 확인이 힘들었다. 영어도 못하는 척 연기를 했지만, 체포에 성공했다.
김 씨는 유 씨의 두 아들인 대균 씨와 혁기 씨에 이어 일가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3대 주주다. 김 씨는 유 씨의 재산을 직접 관리해온 것으로도 전해져 검찰의 유병언 일가 수사 초기부터 타깃이 된 인물이다.
한편 김 씨는 현재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