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톡톡] ‘낙하산’ 없다던 朴대통령의 진심은?

입력 2014-09-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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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관 출신 백기승 씨 KISA 원장 임명

지난 5월19일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을 주르륵 흘렸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세월호 사고 원인 중 하나인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밝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4개월 전의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통령의 눈물에 진심이 어려있었는지 의심할만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와 ‘청피아’는 눈앞에서 사라지는 듯 보였지만, 단순한 ‘착시’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런 ‘착시효과’가 눈 녹듯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게 된 계기는 지난 5일의 인사가 발단이었습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금요일 오후 5시를 훌쩍 넘겨 ‘첩보작전’을 하듯 KISA(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에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인사가 임명됐습니다. 이렇게 비밀스럽게 백기승 전 청와대 비서관은 ‘낙하산’을 펼치듯 KISA에 자리를 틀었습니다.

KISA 원장에 백기승 씨가 내정됐다는 소문은 지난달 KISA가 원장 공모를 하면서부터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물론 미래부내에서도 이런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백기승 원장이 걸어온 길은 누가 보더라도 ‘홍보맨’입니다. 대우그룹 홍보임원을 지냈고, 코콤포터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장을 역임했습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 대선 후보시절엔 공보기획단장으로 활동했습니다. 또 박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청와대 국정 홍보비서관을 지냈습니다.

이런 홍보 전문가가 세월호 사건으로 지난 5월 청와대 홍보 비서관직을 그만 둔 뒤 IT전문가로 화려하게 정부 산하기관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업계에서는 박 대통령의 공언이 산산이 깨졌다는 것 보다, 백기승 원장이 인터넷 보안과는 전혀 무관한 인물이라는 것이 더 큰 일이라고 우려합니다. 백 원장은 홍보 전문가입니다. 심지어 IT 기업에서 근무해본 경험조차 전무합니다. 이런 원장과 사이버 보안 전문가 집단인 KISA 직원들은 대한민국 IT와 사이버 위협에 대해 논의해야 합니다. 생각만 해도 답답한 현실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런 탓에 백기승 원장 임명에 청와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설마 청와대가 KISA 같은 곳까지 신경쓸까?”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백기승 원장이 청와대 출신이라는 점, 보안 비전문가라는 점에서 소문이 이상하게 돌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KISA 원장에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으로 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결국 백기승 원장으로 낙점됐다는 점에서 장관의 의지를 꺾을 강한 힘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게 합니다.

지난해 국내 사이버 보안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북한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에게 청와대와 총리실 등 국가 주요 기관 홈페이지가 해킹됐고, 금융권과 방송사가 사이버테러를 당했습니다. 점차 사이버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시기에 청와대 출신의 백 원장이 KISA 수장에 임명 됐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백기승 원장의 임명을 두고 반대합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통령의 관피아 척결의 허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비판하면서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시점에, 그것도 업무가 종료되기 불과 20분전 군사비밀 작전을 수행하듯 기습적으로 대변인을 통해 백 원장 임명을 발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러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백기승 원장은 11일 KISA에서 취임식을 가집니다. 그의 임기는 오는 2017년 9월 10일까지입니다. 하지만 백 원장 역시 전임 원장들처럼 임기를 채우지 않고 떠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직전 원장인 이기주 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도, KISA 1대 원장인 김희정 현 여성부 장관도 그랬습니다. 모두 더 나은 자리를 찾아 떠났습니다. KISA는 그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발판 정도로 사용됐습니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습니다. 보안산업 종사자들과 정치권이 비판을 가해도 임명은 확정됐습니다. IT 비전문가인 백기승 원장이 대한민국의 사이버 안보를 3년간 어떻게 운영할지는 이제부터 백 원장에게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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