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大生이 몰고온 ‘지주회사 딜레마’ 지각변동 예고

입력 2006-09-11 09:26 수정 2006-09-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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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생명 인수자격 시비, 보고펀드투자 수사 최근 잇단 시련

大生 지분 추가 인수로 자금부담, 한화 지주회사 적용 기로

외환위기 당시 과감한 구조조정 위기 돌파 재계 9위 ‘우뚝’

제조, 금융, 유통ㆍ레저 3대 성장동력…계열사 33개사 달해

김승연 회장 정점 한화, 한화석유화학 분할 지배구도 구축

동관ㆍ동원ㆍ동선씨 3세 경영권 승계 사전정지작업도 진행

한화그룹이 강한 외풍(外風)과 연이어 맞딱뜨리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02년 12월 대한생명을 인수한 후 인수자격 논란으로 곤욕을 치러왔다.

최근에는 대한생명의 대주주(49%)인 예금보험공사 마저 대한생명 매각 계약을 원점으로 돌리겠다며 국제중재를 신청하는 바람에 이를 방어하는데 진력하고 있다.

게다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입 의혹 사건과 관련 한화그룹이 ‘보고펀드’에 투자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수사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또 일본 오릭스가 대한생명 지분 17%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 한화그룹이 해당 지분을 인수하게 됨으로써 각종 행위제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상의 지주회사 전환의 기로에 서있다.

한화그룹은 IMF 외환위기 당시 큰 시련을 겪었던 그룹 중 하나다. 그러나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험한 ‘파고(波高)’를 헤치고 지금은 재계 9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에 올라서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처럼 과감한 추진력으로 일련의 시련과 ‘딜레마’를 헤치고 순항할 수 있을지 김승연(54) 한화그룹 회장을 정점으로 54년 역사의 한화그룹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 다이너마이트 생산 ‘한국화약’ 모태

재계 순위 9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 한화그룹은 고(故) 김종희 회장이 지난 1952년 설립한 다이너마이트 생산업체 ‘한국화약’을 모태로 하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 주력사 중 하나인 한화의 전신이다.

김종희 회장은 한국화약을 설립 10년 만에 국내 유일의 화약 제조업체, 나아가 아시아 굴지의 화약제품 생산ㆍ판매업체로 성장시켜 한화그룹의 성장기반을 만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1981년 한화그룹 회장에 취임한 ‘다이너마이트 2세’ 김승연 회장은 애칭(愛稱)에 어울리게 금융, 전자, 유통, 레저 등의 산업분야로 그룹 역량을 강화해 나갔다.

그러나 지난 1997년 찾아온 IMF 외환위기를 비껴가지는 못했다. 주요 계열사들의 지속적인 적자 경영으로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금융권으로부터의 자금조달도 원활하지 못했다.

한화그룹은 경영위기를 강력한 사업 구조조정으로 풀었다. 1997년 7월 이후 부실 사업부문을 대거 정리했다. 핵심사업 위주로 사업을 재편했다.

◆ IMF 외환위기 딛고 대한생명 인수 등으로 급성장

IMF 사태를 오히려 내실있는 그룹으로 탈바꿈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은 셈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화그룹은 급성장했다. 2000년 동양백화점 인수, 2001년 대덕테크노밸리 설립, 2002년 대한생명 인수 등을 통해 구조조정 기간동안 위축됐던 사세를 다시 크게 확장했다.

현재는 기존의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뿐만 아니라 금융과 유통ㆍ레저업을 3대 축으로 성장동력을 갖춰놓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1일 현재 33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한화를 비롯해 한화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 한화건설 등은 제조업군의 주력사다.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유통, 레저, 호텔을 아우리는 유통레저사업은 한화국토개발을 중심으로 덩치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한화증권 위주의 금융사업군 역시 대한생명, 신동아화재까지 가세하면서 그룹의 주력 사업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화그룹을 자산총액 16조5000억원(4월1일 기준)의 재계 순위 9위에 올라서게 한 원동력이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지난해 달성한 매출은 20조5600억원, 순이익은 1조3400억원에 이르고 있다.

◆ 김승연 회장 한화 지분 22.7% 보유 그룹 지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그룹 계열사들의 사실상 지주회사 노릇을 하고 있는 한화를 지배 기반으로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한화→한화석유화학으로 연결되는 지배구도 속에 다른 계열사들은 한화와 한화석유화학이 분할 지배하는 2개의 모회사가 존재하는 구조를 갖춰놓고 있다.

한화는 한화석유화학(이하 지분율 24.21%)를 비롯, 한화국토개발(50.00%), 한화건설(100.00%), 한화개발(52.32%), 한화기계(100.00%), 대한생명보험(26.30%), 한화이글스(40.00%) 등 한화그룹 7개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한화석유화학은 한국종합화학(100.00%) 및 한화국토개발(50.00%), 한화유통(88.22%), 한화증권(6.71%) 등 4개사의 최대주주에 올라서 있고, 이외에 대한생명(1.00%), 한화기술금융(16.88%), 한화이글스(40.00%) 등의 일부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사업군별 소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환경시설운영(100.00%), 군포에코텍(100.00%), 검단에코텍(100.00%), 양주엔바이로(100.00%)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한화국토개발은 한화역사(41.08%), 한화청량리역사(67.25%), 한화유통은 동양백화점(73.62%), 드림파마(100.00%), 한화도시개발(100.00%)의 모회사다.

금융사업군은 대한생명과 한화증권을 양대축으로 각각 신동아화재(75.27%), 63시티(100.00%), 대한티엠에스(100.00%), 대생보험심사(100.00%), 한화증권이 한화투자신탁운용(89.00%), 한화기술금융(75.00%) 등의 자회사를 아우르고 있다.

◆ 2003년 이후 그룹 3세들 한화 지분 취득 가속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시발점이 되는 한화 지분 22.69%를 소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총 42.86%의 지분으로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를 통한 그룹 지배기반을 다져놓고 있다.

특히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장남 동관(23), 차남 동원(21), 막내 동선(17)씨도 한화에 대해 각각 4.41%, 1.66%, 1.66%씩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3년 10월 한화증권은 당시까지만 해도 한화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던 동관씨에게 한화 지분 1.99%(150만주)를 넘겼다.

2004년 9월에는 한화가 나서 자사주 3.47%(262만주)를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에게 매각했다. 올들어서는 한화증권이 지난 7월17일 또다시 한화 지분 2.65%(200만주)를 삼형제에게 처분했다.

이를 놓고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에 이은 한화그룹 3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정비작업 절차를 밟아나가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동관씨는 현재 미국 하버드대에 재학 중이며, 동원씨는 예일대, 동선씨는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향후 3형제의 경영감각을 익히는 시험 무대는 한화그룹 IT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한화에스앤씨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화에스앤씨는 동관씨 66.6%, 동원씨 16.7%, 동선씨 16.7% 등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IT계열 자회사에서 경영 감각을 익힌 뒤 화학과 유통, 레져 등 한화그룹의 주력 계열사 경영에 본격 참여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 대한생명 지분 33% 추가 인수 7500억원 소요 전망

이 같은 상황에서 그룹 지배구조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변수가 등장했다. 일 오릭스의 대한생명 지분 17%에 대한 풋옵션 행사로 계열사들의 자금 부담과 한화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그것이다.

대한생명 인수 당시 한화컨소시엄의 파트너로 참여했던 오릭스는 지난 7일 대한생명 지분 1억2070만주(17.0%) 전부에 대해 폿옵션을 행사했다.

해당 지분은 한화를 비롯해 한화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 한화유통, 한화건설, 한화국토개발 등 6개사가 인수해야 한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이에 대한 매입 비용으로 5000억원~540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한화그룹은 현재 예보가 보유중인 지분 49% 중 16%(1억1360만주)에 대해서도 인수계약 당시 가격인 주당 2275원에 사들이는 콜옵션을 행사해 놓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과 예보는 대한생명 매매계약을 놓고 국제 중재를 벌이고 있다. 중재 결과 한화그룹 의도대로 콜옵션 행사분을 인수하게 되면 26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오릭스 풋옵션 지분과 예보 콜옵션 지분 매입에 7600억원 가량이 투입되어야 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인수가는 앞으로 선정할 계리인의 평가로 결정돼 지분 인수 회사 및 인수 규모는 6개사가 협의해 결정할 계획”이라며 “인수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한화는 지주회사 전환의 기로에 놓여 있다. 한화는 올 상반기 말 현재 7개 계열사에 대한 장부가액이 1조7800억원으로 총자산 3조7200억원의 47.91%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화 지주회사 요건 해소 ‘해법 찾기’ 부심

만일 대한생명에 대한 오릭스 지분과 예보 지분을 인수하는 데 한화가 779억원 이상을 들이면 50%를 넘어선다. 이는 한화가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로 전환돼 각종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의 주식 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을 넘는 기업을 지주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부채비율 200%(공정거래법 개정중) 이하 ▲자회사 지분율 상장사 30%, 비상장 50% 이상 유지 등의 행위 제한이 뒤따른다. 특히 금융업 및 보험업을 영위하는 금융사의 지분 소유가 금지된다. 보유중인 대한생명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의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한화가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되는 것 만큼은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의 지주회사 해소 방법을 놓고 대생 추가 지분 인수자금 배분때 한화의 몫을 줄일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인해 한화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 한화유통, 한화건설, 한화국토개발 등 5개사의 인수 부담이 커지게 된다.

계열사 지분에 대한 장부가액을 낮추기 위해 한화가 비중이 큰 대한생명(6월말 현재 장부가액 8508억원), 한화건설(4566억원), 한화석유화학(2891억원) 등의 지분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또 대한생명 지분을 물적분할해 별도의 금융지주회사를 세우고 그룹이 갖고 있는 한화증권 지분은 금융지주사에 넘기는 식으로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한화그룹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몰고 오는 것만은 분명하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지주회사 요건 해소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며 “다만 이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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