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를 향해 ⑦] 박진선 샘표 대표 “우리 ‘장맛’으로 세계인 입맛 정복”

입력 2014-09-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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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한 우물 경영’ 68년 발효기술… 글로벌 76개국에 전통 장류 수출 2012년 2200만달러 실적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며 우리나라 ‘장(醬)’ 기술에 전력을 기울이는 기업이 있다. 68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국내 대표 중견 식품기업 샘표다. 벌써 3대째 가업이 승계됐지만 식품이라는 ‘한 우물’을 파는 경영철학은 창업 초기부터 변함이 없다. 기업의 부침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3대째 한 우물 경영을 이어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 박진선 샘표 대표

박진선<사진> 대표는 이같은 경영철학을 진두지휘하는 샘표의 3세 경영인이다. 창업주인 고(故) 박규회 회장으로부터 한 우물 경영철학을 배우고 익혔다. 때문에 성과를 내기 위한 무리한 사업 다각화보다 68년 발효기술을 기반으로 한 장 분야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도 분명하다.

박 대표는 “1970~80년대 샘표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자, 새로운 사업을 권하거나 부동산 투자를 제의하는 유혹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샘표는 한국음식의 근간이 되는 장에 더욱 집중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영방침에 샘표는 장 공장을 이천으로 확대 이전했다. 이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간장공장으로, 발효공정을 제어할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도 갖췄다. 박 대표는 “샘표 이천공장을 보고 벤치마킹 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 견학을 왔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 샘표 이천공장

더 맛있는 장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도 박 대표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부분이다. 그는 “특히 콩과 소맥을 이용해 만든 기존 간장과 달리, 콩만을 이용해 만드는 전통 한식간장을 위해 노력했다”며 “약 5년 동안 노력한 결과 샘표는 100% 콩만을 이용한 전통 한식간장을 최초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식간장의 성공은 ‘연두’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을 만들어내는 등 샘표의 제품군을 확대시켰다. 박 대표는 이를 기반으로 국내 1위를 넘어 해외시장으로도 눈을 돌렸다. 현재 샘표는 ‘SEMPIO’라는 브랜드로 전 세계 76개국에 전통 장류와 소스 등을 수출하고 있다.

박 대표는 “1997년 취임 당시 우리도 해외에 진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다음해인 1998년 바로 해외마케팅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조사와 현지인 대상 마케팅을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수출 초기 박 대표의 공략 대상은 교포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유럽, 중국, 미국 등 현지인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1999년 330만 달러를 시작으로 2005년 500만 달러, 2008년 10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고 2012년엔 2200만 달러 매출 경신을 기록하며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2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 샘표 '연두'

박 대표는 “샘표는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것을 넘어 ‘우리 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식품은 문화의 한 축이기 때문에 식품기업을 문화기업으로 볼 수 있는 만큼, 해외시장 진출도 같은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샘표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장 프로젝트’는 이 같은 박 대표의 경영철학을 대변해주는 사업이다. 장 프로젝트는 한국의 장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식문화 프로젝트로,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국의 장을 현지 음식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샘표가 야심차게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제품에선 일본 등 전통적인 강자가 있는 만큼, 시장 공략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간장의 경우, 1950년대부터 일본의 유명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어 넘보기 힘든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샘표가 보유하고 있는 68년 전통 발효기술이 이같은 해외시장의 벽을 허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콩과 소맥을 원료로 만드는 일본간장과 달리, 한국간장은 콩만 발효해 만들기 때문에 샘표의 발효기술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샘표가 해외시장에서 ‘간장(Ganjang)’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이유도 일본이 사용 중인 ‘소이소스(Soy-sauce)’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샘표는 이같은 해외시장 진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식품업계로는 최초로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월드클래스300’ 기업에 선정됐다. 글로벌 히든챔피언이 될 만한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을 집중 지원해주는 정부 사업인 만큼, 대내외적으로 샘표의 경쟁력이 입증된 셈이다.

박 대표는 월드클래스300 기업 선정을 통한 정부 지원금을 향후 아미노산·미생물 개발 특허를 내기 위한 우리발효 연구개발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그는 “더 많은 특허를 확보해야 연두처럼 기존 시장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최근 일본기업들과의 미생물 특허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이를 지키기 위한 연구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자신했다.

▲[] 오송에 있는 샘표 발효전문연구소 '우리발효연구중심' 전경.

이를 위한 직원들의 교육 지원도 박 대표가 열을 올리는 부분이다. 이에 샘표는 지난해 약 11억원을 직원 교육비로 지출할 정도로 인력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도 업계 상위 수준인 3.9%다.

또한 샘표는 2005년부터 신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핵심 발효기술을 토대로 한 기능성·조미소재 등을 제조하는 것이 골자다.

박 대표는 “이미 간장분말 상용화에 성공했고, 현재도 다양한 조미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천연 조미소재 시장에 집중해 시장성을 타진한 후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재료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해외시장에 한국 식문화와 장 제품을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장 프로젝트로 점차 반응을 보이고 있는 스페인에서 현지 시장 입지 확대를 꾀함과 동시에 인근 프랑스와 벨기에, 중국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매운 소스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 발효전문연구소인 ‘우리발효연구중심’을 기반으로 발효기술 연구와 이를 활용한 다양한 식품개발을 통해 미래성장 기술 확보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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