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식 박람회 ‘마드리드 퓨전’. 스페인 유명 셰프 다비드 무뇨스는 한국식 쌈과 김치를 사용한 요리를 선보였다. 키케다 코스타와 호안 로카 셰프 역시 각각 고추장을 이용한 생선 요리, 한국적 발효를 활용한 음식을 내놓으며 눈길을 끌었다.
한국식 요리법이 유럽인들의 미각을 사로잡고 있다. 염장, 초절임 문화가 발달해 있는 북유럽을 기점으로 한국식 발효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실제 ‘마드리드 퓨전’에 참가한 셰프들은 한결같이 발효를 입에 올렸고, 특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이들은 한국 요리를 응용하기도 했다.
국내 대표 식품기업 샘표는 해외시장 공략의 일환으로 ‘장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샘표는 한국 음식과 식문화를 전 세계에 선보이는 방법으로 발효를 택했다. 발효를 통해 만드는 장을 서양 요리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장을 외국 셰프들이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 골자다.
샘표가 처음 타깃으로 정한 곳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재의 ‘알리시아 연구소’다. 스페인은 세계 최고 레스토랑 가운데 10위권 내에 다수를 차지하는 등 전통적으로 식문화가 발달한 국가로 꼽힌다. 특히 알리시아 연구소는 세계 미식가 사이에서 전설로 통하는 엘 불리 레스토랑의 페란아드리아 전 셰프가 소장을 맡고 있는 요리과학연구소다.
박진선 샘표 대표는 “미식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가인 스페인에서 입지를 다져 인근 유럽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할 계획”이라며 “이곳 셰프와 미식가들에게 한국 장과 장을 사용한 음식을 소개하고 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 발효식품과 식문화가 전 세계에 퍼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샘표는 알리시아 연구소와 3년 전부터 한국의 장을 유럽 음식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서양의 셰프들이 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장 콘셉트맵’을 제작하기도 했다. 장 콘셉트맵은 간장, 된장, 고추장, 연두 등 7개 한국 양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식재료, 조리법을 정리한 것이다.
또한 장을 활용한 160개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요리법도 선보이며, 2012년부터 미식 박람회 마드리드 퓨전에 참여하고 있다. 마드리드 퓨전 외에도 벨기에 코리아 컬리너리 행사, 프랑스 옴니보어 파리 박람회, 뉴욕 와인&푸드 페스티벌 등 다양한 미식 행사에 장을 선보이고 있다.
미슐랭가이드 3스타 셰프인 프랑스의 파스칼 바르보는 “한국의 장은 소금을 대체해 간을 할 수 있는 건강 소스”라고 말했고, 스페인의 미슐랭 3스타 셰프인 조르디 로카도 “일본 장보다 밀도가 높아 힘이 느껴진다”고 평했다.
샘표의 장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장을 이용할 수 있는 스페인 레스토랑도 100여개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샘표는 유럽 이외에도 중국, 미국에서도 장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표 식품기업으로서 샘표의 장 프로젝트는 한식의 세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음식의 기본이 되는 장이 서양인들의 입맛에 익숙해진다면, 그 이상의 한국 식문화의 한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