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의 성공조건<1>] ‘돈맥경화’ 中企ㆍ벤처 담보없이 기술력만으로 대출 지원

입력 2014-09-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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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신용정보 활용…은행에 신청하면 기술평가기관 실사後 대출 한도액 결정

#올해 창립해 의료 영상전송 장치업을 하고 있는 경기 김포 소재의 A사는 자본금 5000만원에 상반기 매출 2억3000만원 수준의 소형업체다. 업력이 잛고 매출액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용등급 ‘CC’를 받아 은행권으로부터 신용대출을 거절당한 A사는 최근 기술금융 대출을 통해 3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기술력에 대한 명성이 빠르게 퍼지면서 A사는 올해 8억원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1997년부터 인천 남동구에서 수송용 부품업을 하고 있는 B사는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업계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11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그러나 내년이 걱정이다. 대부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탓에 환율변동이 커지면 실적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R&D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은행권로부터 대출을 받으려고 시도했지만 실적 변동이 크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기술력만 있으면 대출이 가능한 ‘기술금융’ 시대가 본격 시작됐다.

그러나 정작 기업들은 자신들의 기술력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돈을 빌려야 하는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은행 지점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지만 누구 하나 속 시원히 말해주는 직원이 없다.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도 대출을 하고 있지만 채무상환을 못할까 노심초사다. 정부가 곳곳에 숨어있는 규제를 대폭 걷어내고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아직 현장까지 전달되지는 않은 모습이다.

갈길이 멀다는 얘기다.

◇기업들 기술혁신 과정에 필요자금 공급 = 기술금융이란 말 그대로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창업 초기의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올 초부터 기술평가기관(TCB) 설립을 논의해온 정부는 6월부터 은행들이 기업에 대출을 하거나 정책금융공사의 온렌딩을 이용할 경우 기술신용정보를 활용토록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올 하반기에만 7500여개의 중소기업이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고등학생도 최대 3억원까지 창업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연령을 낮추고 지식재산보증 지원 대상 제한도 폐지했다. 기술우수 창업자에 대해서는 연대보증도 면제하고 지식재산권 담보대출 지원한도도 현행 20억원에서 50억원으로 확대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올해 하반기가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기술금융’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기술평가시스템을 토대로 기술력 있는 기업이 창업·성장·재기의 전 과정에서 금융 지원을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규제 관행도 개선했다”고 말했다.

기술금융을 받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판단되면 거래 은행으로 가 대출신청을 하면 된다. 은행에서는 기술력에 대한 가치를 따져본 뒤 TCB에 기술평가를 의뢰한다.

의뢰를 받은 TCB는 실사를 통해 평가서를 은행에 제출한다. 은행은 자체 프로세스를 통해 신용등급, 기술등급, 기술신용등급을 매기고 대출 여부와 한도액을 결정한다.

◇방법은 간단… 과정 순탄치 않아 = 방법은 간단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다. 우선 은행의 태도다.

정부의 독려에 여신 태도는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현장에서는 퇴짜 맞는 기업들이 여전하다. 극심한 보릿고개 속에서 부실채무기업이 늘 경우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호영 우리금융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술금융 공급 규모를 확대할 경우 은행 위험가중자산 비중이 높아져 적정자본을 유지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자체 평가시스템의 조속한 구축을 지원하고 기보의 보증비율을 점차 하향 조정해 은행들의 평가 역량과 금리 결정권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기업들이 기반, 생산, 정보기술, 바이오 등을 아우르는 복합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에도 이를 평가·지원하는 전문적 평가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투자 보다 대출에만 금융지원이 집중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술형 혁신기업에 대한 평가기능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특히 벤처시장의 경우 정책금융 단독으로 지원하거나 보증 형태의 단순 지원 방식에서 탈피해 민관 공동지원이나 신용공여처럼 투자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방식의 지원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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