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더] 페라리 몬테제몰로 회장 전격 사임 ‘막전막후’

입력 2014-09-1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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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 이유는 F1 부진…내막에는 모회사인 피아트와의 갈등 있어

▲페라리의 루카 디 몬테제몰로의 전격 사임에는 모회사인 피아트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CEO와의 갈등이 근본적인 배경으로 깔려 있다고 15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몬테제몰로(왼쪽) 회장과 마르치오네 CEO가 10일 이탈리아 마라넬로의 페라리 본사에서 열린 사임 기자회견에서 모습을 같이 하고 있다. 마라넬로/AP뉴시스

미국 크라이슬러와의 경영통합 최종 단계에 있는 피아트에 10일(현지시간) 또 한 차례의 격변이 발생했다. 자회사인 페라리의 회장을 23년간 맡아왔던 루카 디 몬테제몰로가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한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에서의 부진이지만 그 내막을 살펴보면 사업방향을 놓고 모회사인 피아트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최고경영자(CEO)와의 갈등이 있다고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몬테제몰로 회장은 사임 발표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 13일 퇴임하고 옆에 앉은 마르치오네가 페라리 회장을 겸임한다”며 “사임 이후에도 페라리의 경영노선은 상속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엔진에 대한 규칙 변경을 방관했다”며 F1에서의 부진이 사임 이유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마르치오네 CEO는 지난 7일 열렸던 F1 이탈리아 그랑프리 결승에서 페라리팀이 9위와 리타이어로 참패하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인사 쇄신이 있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페라리는 F1 대회 연간 우승 횟수에서 최다를 자랑하지만 2008년 이후 우승에서 멀어지고 있다. 몬테제몰로 회장은 1973년 F1팀 매니저로 페라리에 입사해 브랜드 확립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반면 회계사 출신의 마르치오네 CEO에게 거액의 투자에도 성과를 내지 못한 페라리에 대한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몬테제몰로의 사임은 페라리 경영노선을 둘러 싼 양자의 뿌리깊은 갈등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불거진 유럽 재정위기는 양자의 갈등을 심화하는 계기가 됐다. 마르치오네 CEO는 피아트 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 크라이슬러 주식 취득과 신흥시장 개척을 위한 자금조달을 위해 90% 지분을 보유한 페라리 증시 상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몬테제몰로 회장은 재임 기간 회사 매출을 10배, 판매 대수를 3배 급증시킨 자부심을 바탕으로 페라리 상장을 완강히 거부했다.

두 번째 쟁점은 브랜드 가치와 수익의 균형이다. 마르치오네 CEO가 지난 5월 발표한 회사 중기 경영계획에서 고급차 부문의 수익확대는 핵심 중 하나였다. 반면 몬테제몰로 회장은 지난해 5월 “페라리는 이미 충분한 주문을 확보했다”며 “앞으로 연간 7000대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경기침체에 빠져들고 유럽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피아트로서는 가장 높은 마진을 가진 페라리의 ‘치외법권’을 인정할 여유가 사라지게 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본사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와 합병하고 다음달 중순 115년간 회사 거점이었던 이탈리아 토리노를 떠난다. 등기상 네덜란드, 세법상 영국에 새 본사를 두며 미국 뉴욕과 이탈리아 밀라노증시에 동시 상장할 계획이다.

그러나 몬테제몰로 회장은 “페라리는 끝까지 이탈리아에 남아있을 것”이라며 “‘이탈리아다움’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말해 ‘탈 이탈리아’를 추진한 마르치오네 CEO의 신경을 거슬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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