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 회장의 해임이 의결되기까지 하루가 긴박하게 돌아갔다.
KB금융 이사회는 17일 저녁 6시부터 명동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 모여 임 회장의 거취에 대해 논의했다. 사외이사들은 이 자리에서 중징계를 받은 임 회장에 대해 해임 결의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일부 사외이사들은 “명백한 잘못이 없는 임 회장을 해임하는 것은 관치금융”이라며 그의 해임안에 강하게 반대했지만 이경재 의장과 나머지 사외이사들이 이사회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압박과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 부담스러운 데다 임 회장이 끝까지 버틸 경우 KB금융의 경영 정상화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임안 의결로 뜻을 모은 이사회는 임 회장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해 이날 밤 9시께 이사회 멤버인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과 김영진 서울대 교수가 그의 자택을 방문해 자진 사퇴를 권유했다.
그러나 직무정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내면서 금융당국에 맞섰던 임 회장은 끝내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사외이사들이 최후의 설득에 나섰지만 사퇴 거부와 함께 법정 소송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사외이사들은 자정께 명동 KB금융 본사에 다시 모여 최종적으로 임 회장에 대한 해임안을 논의했고 7대 2 과반수 찬성으로 해임안이 의결됐다. 이날 이사회가 해임안을 최종 의결하기 전 사실 확인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 혼선을 빚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사회의 해임안 의결에 따라 임 회장은 대표이사직을 잃게 됐다. 다만 주주총회 의결 사항인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사회는 오는 19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