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 막히자 ‘뚝심’ 베팅한 정몽구…감정가 세 배 써낸 이유는

입력 2014-09-1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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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앞을 내다본 투자인 만큼, 돈보다 원하는 부지를 확보하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7일 한국전력 서울 본사 부지 입찰 마감일을 앞두고 인수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입찰 결과가 발표된 18일 오전 10시 40분, 모두가 깜짝 놀랐다. 현대차그룹 컨소시엄(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은 한전에서 발표한 감정평가액(3조3346억원)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을 입찰가격으로 써냈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총 8조3000억원)보다 2조원 이상 많은 액수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고 당시에 받은 충격을 전했다.

이번 인수로 정 회장은 △글로벌 빅5 자동차 기업 △일관 종합제철소 준공 △현대건설 인수와 함께 자신의 4가지 숙원사업 중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게 됐다.

정 회장은 위기 때마다 과감한 투자로 정면 돌파하는 특유의 ‘뚝심경영’을 펼쳐왔다. 더불어 상식을 뛰어넘는 ‘통 큰’ 결단으로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견인했다. 1998년엔 그룹 수뇌부 등 안팎의 반대에도 법정관리 중인 기아차를 7조원에 인수했다. 기아차는 이듬해 흑자 전환했고, 현재 미국 시장점유율 9위에 올랐다.

정 회장이 2004년 추진한 미국 앨라배마 공장 건설사업도 처음엔 주변에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정 회장은 미국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 현지 공장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11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밀어부쳤다. 정 회장의 이 같은 생각은 적중했다. 앨라바마 공장은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2004년 2.5%에서 지난해 4.6%까지 끌어올리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정 회장은 또 철강산업의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06년부터 7년 동안 총 9조88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지속, 2013년 당진제철소 고로 3기 완공했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세계적인 일관 종합제철소로 거듭났다.

정 회장의 뚝심경영은 현대가 적통의 상징인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더욱 빛을 냈다. 정 회장은 2010년 5조원 규모의 인수전에 뛰어들 당시 재무적 부담이 크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자동차와 제철, 건설을 잇는 3대 성장축을 완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현대차그룹의 패밀리가 된 현대건설은 장기적인 업황 부진에도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46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 증가하는 등 성장궤도에 올랐다.

한전부지에 건설될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정 회장의 마지막 숙원이다. 정 회장은 8년 전부터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의 위상에 걸맞는 사옥을 염두에 뒀다. 그러나 서울시 규제 등에 번번이 막혀 쉽지 않았다. 2006년부터 뚝섬에 110층짜리 신사옥 건립을 추진했지만 층수 규제로 무산됐었다.

정 회장이 한전부지 입찰에 10조원이 넘는 돈을 제시한 것은 그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전부지 인수를 통한 정 회장의 100년 구상이 어떻게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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