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즉석 만남 자리를 만들어 참가자로부터 1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공동공갈)로 김모(27)씨를 구속하고 일당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4월 25일 정신지체 2급인 피해자 A(31)씨를 상대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점에서 일명 '노예팅' 자리를 만들어 게임 벌칙 등의 명목으로 11회에 걸쳐 현금 110만원을 받아낸 혐의다.
'노예팅'이란 참가 남성들이 만남을 원하는 여성에게 경매 형식으로 돈을 걸어 가장 높은 금액을 적어낸 남성이 해당 여성과 만나는 즉석 만남의 일종이다.
일당은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일반적인 즉석만남인 것처럼 광고를 해 자신들 을 포함해 총 8∼10명의 참가자를 모은 뒤, 자리가 시작되면 '노예팅'을 유도하는 수법을 썼다.
이들은 진행자와 보조 진행자로 역할을 분담해 모임 관련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참가자들의 비용 지불 능력을 파악했다.
일당 가운데 일부는 각각 남성·여성 참가자인 척 꾸며 경쟁을 부추기고 참가자들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수법으로 낙찰가를 높였다.
김씨 등은 특히 A씨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369 게임' 등을 제안해 회당 5만∼10만원의 벌금을 매겼다.
또 게임 도중 "과거에 주점에서 일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두드려 팬 적이 있다"고 말하거나, 주점 점주에게 "음악 소리가 너무 크니 볼륨을 줄이라"고 고압적으로 말해 A씨가 벌금을 낼 수밖에 없도록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들은 A씨가 벌금을 내려고 11회나 인근 현금인출기를 찾아간 동안 그가 도망치는 것을 막으려 일행을 붙여 감시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2시간 30분에 걸쳐 이뤄진 이 '노예팅'에는 A씨 외에도 남성 2명과 여성 1명도 함께했지만, 생소한 '노예팅' 방식을 이상하게 여겨 모두 도중에 자리를 떴다.
결국 A씨는 벌금으로 70만원 가량을 낸 후에야 일당 김모(25·여)씨를 약 40만원에 '낙찰' 받았고, 만남 자리가 끝나고서 식사를 함께했다.
그러나 A씨가 하룻밤에 100만원 이상을 십수 회에 걸쳐 인출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그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김씨 일당은 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경찰은 이들이 수년에 걸쳐 '노예팅'을 벌였다고 진술함에 따라 피해자가 수백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