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톡톡] 러시아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 사람들이 몰려온 이유

입력 2014-09-2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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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최근 우리 국민들에게 느닷없는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석달 전 이 메신저를 처음 접했을 당시만 해도 제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 중 텔레그램을 설치한 사람은 불과 10명 내외였습니다. 카카오톡에 가입된 친구가 1500명을 넘어서는 것과 비교하면 텔레그램의 친구 수는 초라한 수치입니다. 당연히 가입자가 없으니 메시지를 보낼 곳도 없었고, 그렇게 텔레그램은 스마트폰 한 구석으로 사라졌습니다.

텔레그램 역시 카카오톡처럼 등록된 연락처의 가입자가 메신저에 가입하면 친구로 자동 추가되지만, 그간 텔레그램에 새로 가입한 친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3일전부터 텔레그램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하루에도 너댓명씩 신규로 친구들이 가입했다는 메시지가 전달됐습니다.

갑자기 텔레그램의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유를 찾으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들어가 봤습니다.

네티즌들은 앱 리뷰란에 “망명왔다”, “이게 그 유명한 텔레그램이냐”, “보안을 위해 넘어왔다”는 등의 의견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네티즌들의 텔레그램 가입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서 부터 시작됐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사이버상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응했습니다.

대검찰청은 당장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정대응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힙니다. 이 발언은 네티즌들 사이에 ‘카카오톡 감시설’로 확대 됐습니다.

대다수의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에 대해 정부가 감시를 한다는 소문은 SNS와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고, 이때부터 ‘사이버 망명’이 본격화 됐습니다.

사실 텔레그램은 그간 증권가에서는 유명한 앱이었습니다. 증권가의 경우 사실이 아닌 정보성 글들이 범람하는데다 주가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이 오가기 때문에 보안이 어느 곳보다 중요합니다.

얼마전 증권가에서는 증시와 관련해 카카오톡으로 정보를 주고 받던 애널리스트들은 모두 구속됐지만, 텔레그램을 사용했던 애널리스트들은 구속되지 않았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카카오톡은 서버에 증거가 남은 반면, 텔레그램은 서버 수색이 불가능한데다 스마트폰에도 대화 내용이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텔레그램은 아직까지 어떠한 해커도 뚫지 못한 보안력을 가진 메신저로 알려져 있습니다. 포상금까지 내걸고 메신저를 뚫어보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해커도 텔레그램을 해킹하지 못했습니다.

또 사용자가 내용을 확인하고 2초에서 1주일이 지나면 메시지 내용이 자동삭제되는 기능까지 있어 스마트폰을 압수당한다 해도 증거는 사라지게 됩니다. 스마트폰내에 기록도 남지 않아 완벽 범죄(?)에 반드시 필요한 메신저라 하겠습니다.

서버에 남아 있는 대화 내용도 검찰이든 국정원이든 수색할 수 없습니다. 서버가 러시아에 있는데다 이 기업이 국내 검찰의 요구에 응할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이버망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집회와 관련해 검찰이 네이버와 다음 등의 서버 수색을 통해 이메일 내용을 확인하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구글로 메일 계정을 옮기는 등의 일이 있었습니다. 이후 구글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크게높아졌습니다.

이번 역시 과거와 비슷한 흐름입니다. 정부가 불안감을 조성하고, 이용자들이 국내 서비스 대신 해외 서비스를 접하면 그만큼 이탈율도 늘어납니다. 특히나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한 부분이라 이번 텔레그램 망명 사태가 얼만큼 확산될지 우려됩니다.

텔레그램에 먼저 가입했던 이용자로서 텔레그램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국내 IT 산업을 볼때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 의심스럽습니다.

한편 증권가 등에서 제기하는 보안 우려는 기우라는게 국내 메신저 업계의 반론입니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카카오톡의 메시지 보관 기간은 3일에서 7일 사이”라며 “이 기간이 지날 경우 메시지는 자동 삭제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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