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중학교 3학년(만15세) 학생들조차 마음만 먹으면 편의점 등 가게에서 쉽게 담배를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높은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려면, 담뱃값 인상 뿐 아니라 소매점의 청소년 상대 담배 판매에 대한 단속·처벌을 강화하고 학생들을 유혹하는 소매점 담배 광고도 완전히 없애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고3 학생 90%, 담배 구입 성공…판매자 2년이하 징역까지 가능하지만 실제 적발은 미미
24일 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 중 담배 구매를 시도한 적이 있는 7천435명에게 "최근 한 달동안 편의점·가게 등에서 별 노력없이 쉽게 담배를 살 수 있었나"라고 묻자 무려 76.5%가 "그렇다"고 답했다.
학년별로 '담배 구매가 쉬웠다'는 답변율은 ▲ 중1학년 33.9% ▲ 중2학년 59.2% ▲ 중3학년 67% ▲ 고1학년 79% ▲ 고2학년 81.8% ▲ 고3학년 87.6%로 집계됐다. 중학교 3학년생 정도만 돼도 10명 중 7명은 별 제재없이 소매점에서 담배를 살 수 있고, 고등학교 고학년에 이르면 거의 담배 구매에 '실패'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학년에 따라 32.7(중3)~87.6(고3)% 분포인데 비해 여성은 51.6(중3)~92.5(고3)%로 오히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담배 사기가 더 수월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게 술이나 담배를 판매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과 함께 2개월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청소년들의 담배 구입경로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신고가 접수되지 않는 한 일일이 불법 판매 여부를 적발하기가 어렵다"며 "미국 등 해외에서는 '함정 단속' 수법까지 동원해 보다 강하게 청소년 상대 담배 판매를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 청소년 과자·껌 사면 10㎝ 앞에 담배광고…정부, 편의점 담배광고 전면금지 추진
이 처럼 청소년들은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너무 쉽게 담배를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담배에 관심없는 학생까지 흡연 유혹을 느낄 만큼 담배 광고에도 많이 노출되고 있다.
금연운동협의회가 작년 5월 서울 5개구(강북·서대문·영등포·양천·구로) 소재 중·고등학교들로부터 200m 안에 있는 151개 편의점을 조사한 결과, 한 편의점당 LED 광고판·담배모형 등을 포함해 평균 6.3개의 담배 광고가 걸려있었다.
이처럼 화려한 담배 광고를 청소년들이 편의점 내부 뿐 아니라 밖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조사 대상 편의점의 90.1%(136개)에서 담배 광고의 외부 노출이 확인됐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영업소 외부에서 담배 광고 내용이 보이도록 전시·부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껌·과자를 포함해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물품과 담배 광고와의 거리를 재보니, 82.8%(125개)의 편의점에서 측정값이 불과 10㎝에 불과했다. 편의점에서 청소년들이 물건을 살 때마다 거의 매번 바로 코 앞에서 담배 광고를 접하는 셈이다.
이 분석을 주도한 김철환 서울백병원 금연클리닉 교수는 "청소년을 담배로부터 보호하려면 담배 광고 노출에 대한 보건당국과 경찰·검찰의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고, 근본적으로 담배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을 반영, 편의점의 모든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담배사업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담배 광고는 사라져도 편의점의 담뱃갑 진열은 허용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담배사업법의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도 편의점 담배 광고 전면 금지에 이견이 없는 상태"라며 "청소년 흡연 예방 등의 측면에서 꼭 필요한 규제인 만큼, 국회에서도 담뱃세 인상 폭과 달리 이 내용은 논란없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의 흡연율은 14.4%, 특히 고등학교 3학년만 따지면 무려 25%에 이른다. 이는 OECE 회원국 평균 성인 흡연율(24.9%)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