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박현주 부회장 '사면초가'...애타는 사부곡

입력 2006-09-14 14:02 수정 2006-09-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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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욱 명예회장 사면대상서 제외·국세청 추징금 3백억 등 사면초가·장하성 펀드 지분 매입

창립 50주년을 맞는 대상그룹이 잇단 악재로 시달리고 있다.

그룹의 모태인 대상(주)이 실적부진과 함께 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법인세 추징금을 내게 됐고, 지주회사격인 대상홀딩즈가 지배구조 개선을 내건 장하성 펀드의 티킷으로 손꼽히면서 자칫 경영권 상실이라는 극단의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815사면에 임창욱 명예회장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달리 사면대상에서 빠지고, 급기야 소액주주가 낸 소송에서 임 회장이 패소하는 등 사면초가에 빠졌다.

대상은 임 회장이 지난해 6월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이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박현주 대상 부회장(대상홀딩즈 대표이사)이 그룹 경영을 떠맡아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대상홀딩스의 등기이사로 선임돼 올해 기업 분할과 계열사 분리 및 추가, 그리고 M&A 등 향후 대상그룹의 미래 전략을 짜는데 깊숙이 관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 회장이 그룹을 맡아 진두지휘하면서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의 악재가 대상의 세무조사다. 14일 대상은 국세청 세무조사에 따라 법인세누락분 302억 원의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상측은 이 돈을 납부한 뒤 국세심판원의 심판청구 등 불복절차를 진행할 것이라 설명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한 상태이다.

대상은 이미 지난 5월에도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해 과징금 20억원을 부과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각각 125억6000만원의 임직원 관련 미수금을 과소계상했고 미수금을 재고자산이나 유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하고 감가상각비 등의 비용을 계상한 것.

이뿐만이 아니다. 대상은 또한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각각 411억9900만원의 기계자산 등의 유형 자산을 과다계상했다. 사업용지 및 대여금 등에 대한 평가손실도 1999년부터 2004년까지 각각 3억1300만원씩 과소계상했다. 한마디로 분식회계를 한 것이다.

액수를 떠나 이미 오너인 임 회장이 횡령혐의로 수감된 상태에서 모 기업이라 할 수 있는 대상이 분식회계와 세금횡령 등의 모럴해저드성 범죄를 연거푸 저질렀다.

특히 세금횡령 건은 박 부회장이 그룹경영을 맡은 이후에 벌어져 시장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임 회장의 전철을 아내인 박 부회장도 그대로 밟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질책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 부회장의 가시밭길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 4일에는 대상그룹의 비자금 조성과정에서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액주주가 임창욱 회장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패소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수감 중인 임 회장을 대신하여 이미 변제한 94억여원을 제외한 차액인 4억원을 대신 갚아져야 할 처지다.

사실 대기업 총수의 입장에서 4억 원은 그리 부담되는 숫자가 아니다. 오히려 박 부회장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일은 임 회장의 사면이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박 부회장측은 은근히 지난 815사면에 임 회장이 포함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당시 그룹내에선 오너 부재로 중요한 의사 결정의 순간마다 매번 혼란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경영경험이 부족한 박 부회장의 오너쉽으론 그룹을 이끌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을 대놓고 드러낸 소리들이었다.

당시 14개월간의 옥고를 치루고 있는 임 회장이지만 형량을 모두 채우려면 아직도 22개월이나 남았기 때문에 사면을 강력하게 원했던 것.

실제로 대상은 임 명예회장의 부재로 경영상 의사결정이 늦어져 크고 작은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지난해 대상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출범이 예정보다 2개월 늦어진 게 대표적인 예다. 대상은 지난해 6월 대상홀딩스를 출범시킬 계획이었으나 임창욱 명예회장이 구속되면서 지주회사 출범과 관련한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베트남에서는 전분사업 확대 계획이 지지부진하다. 대상은 베트남 현지에서 미원에 이어 전분 생산 및 판매 확대를 통해 대상의 다양한 제품군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급한 경영현안이 늦춰지면서 실적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분기 대상은 매출액 및 매출총이익은 전분기 대비 각각 0.6%, 4.9% 감소한 2534억원, 738억원을 기록하여 당사 추정치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당사 추정치를 58% 하회한 68억원을 기록하는 등의 시장 기대를 대폭 하회하는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그룹 부회장을 맡으면서 “오너답게 책임경영을 다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자신이 지난 10여년간 광고대행사인 상암커뮤니케이션즈를 맡아 경영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남편의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실제론 그룹 내 위기론만이 부각됐을 뿐이다. 특히 증권가에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표방하는 ‘장하성 펀드’가 살만한 종목으로 대상홀딩스이 부각되면서 이러한 위기론이 힘을 받는 추세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12일 “자산가치가 있는 중견그룹 내 지주회사 계열기업이 지배구조 개선 펀드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면서 대표적인 기업으로 대상홀딩스를 뽑았다.

총수의 구속과 후계 구도가 안개정국에 빠져있는 대상그룹이 장하성 펀드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룹 경영을 전담하고 있는 박 부회장은 사실 지분에선 두 딸들에게 밀리고 있을 정도로 지배구조도 왜곡되어 있다. 지분구조로 볼 때 대상홀딩스의 지분은 둘째딸이자 막내인 임상민씨가 29.07%으로 가장 많고 첫째 딸인 임세령씨가 22.41%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임창욱 회장은 구속수감되기전까지 자신의 지분을 최소화시켜 6%대에 머물고 있고 박현주 부회장 역시 대상홀딩스의 지분은 겨우 5%대에 그치고 있다. 대상홀딩스는 대상, 대상팜스코, 대상정보기술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등의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면서 지배구조다.

주식분포로만 따져보면 대상그룹은 올해로 26세이며 현재 미국에서 유학중인 임상민씨의 손에 좌지우지 된다고 볼 수 있다. 첫째인 임세령씨는 2대주주이기는 하지만 널리 알려진대로 삼성의 장손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아내이기 때문에 대상의 경영에 참가하기 힘들다.

이처럼 경영공백과 변칙적인 지배구조로 인해 대상의 나드리 화장품인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3년 전에 화장품 시장 철수라는 뼈아픈 과거도 있다.

임 명예회장이 구속 수감된 이후 대상은 외줄을 타듯이 위태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임직원의 사기 저하는 물론 조직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 그의 부인인 박 부회장이 분위기를 다잡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박 부회장은 남편의 공백으로 흐트러진 그룹 내 기강을 추슬러야하는 것은 물론, 그룹으로 향한 잇단 악재도 슬기롭게 풀어야 할 숙제가 남겨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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