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분리공시제 무산' 단통법 시행...국내 유통구조 문제, 얼마나 심각하길래

입력 2014-09-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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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시행, 보조금 분리공시제 무산

▲서울 종로에 위치한 SK텔레콤 대리점 앞에 있는 플랜카드. 경쟁사 가입자를 환영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내달부터 시행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하부 고시에서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분리 공시하는 내용이 제외되면서 국내 단말기 유통구조의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단통법이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의 줄임말로, 2013년 5월 처음 발의돼 1년 만인 지난 5월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0월 1일 시행으로 입법 예고됐다.

단통법은 복잡하고 불투명한 휴대전화의 보조금 제공을 개선해 구매자 차별을 해소, 유통구조를 건전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단말기 혼탁한 유통구조 때문에 소비자들에 돌아가는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단말기 판매 구조는 '제조사 > 이통사 > 판매상 > 소비자' 4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린다. 판매상은 고객 유치 성과금을 챙기고, 보조금을 지원한 통신사는 소비자가 내는 사용요금과 단말기 제조사에서 주는 판매장려금을 챙긴다. 소비자는 불법 보조금이 판을 칠수록 싼 값에 최신형 스마트폰을 손에 넣게된다.

언뜻 보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구조다. 하지만 현재 단말기 보조금 한도는 최대 27만원이다. 그 이상 지급되는 보조금은 모두 불법인 셈. 하지만 이른 바 '***대란'이 벌어질 때마다 이통사들이 경쟁을 벌이면서 보조금은 이 법적 한도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지급돼왔다.

그렇다면 불법 보조금으로 투입된 돈은 어디서 충당할까.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것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제조사의 실제 단말기 단가나 판매 장려금 등은 영업비밀에 부쳐지고 있고, 결국 단말기 값에 포함되거나 판매 장려금, 혹은 이용요금제 속에 포함돼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온다고 알려졌다.

이런 상황은 보조금 분리공시제 도입이 무산된데서도 추론이 가능하다. 24일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단통법에서 분리공시를 제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내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마케팅 비용 등 영업비밀 노출을 이유로 반대하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도 삼성 편을 들고 나서면서 분리공시제 도입은 무산됐다.

분리공시제는 전체 보조금을 구성하는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공시하는 것이다.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소비자가 보조금 출처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이동통신업계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며 분리공시제도 도입을 추진해왔다. 이통 3사 역시 온라인 등에서 단말기를 자체 구입한 소비자에게 이통사 지원금만큼의 요금 할인을 해주는 '분리요금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분리공시제 도입에 동의했다.

보조금이 공개돼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서 벗어나길 원했던 이통사들은 보조금 분리공시제 무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단말기 시장의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분리공시제 도입이 필요했다"면서 "분리공시제가 제외되면서 단통법이 반쪽 법안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들도 "분리공시를 통해 소비자들이 이통사와 제조사의 보조금을 한눈에 파악해 시장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며 "단통법의 본래 취지가 퇴색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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