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톡톡] ‘순리’만 외치고 간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그 속내는?

입력 2014-09-2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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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순리대로 잘 생각해보면 모든 게 다 풀립니다. 순리가 그래서 좋은 거에요.”

“모르는 것은 순리대로 판단하면 답이 있어요. 어떤 것이 이치에 맞는가 생각해보세요.”

“세상을 길게 보면 순리대로 갑니다. 물이 역으로 보낸다고 안 흐르나요. 그게 순리에요.”

“전 항상 순리대로 살겠다고 생각해요. 막히면 못가고, 안 막히면 가고. 순리대로 노력할 겁니다.”

3분 30초가량의 짧은 만남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한 말들입니다.

박삼구 회장은 24일 올해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에 이날 오전 11시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몽블랑 문화재단 이사장, 몽블랑 코리아 지사장과 함께 주인공인 박삼구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열렸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문화예술 후원활동은 익히 유명한지라, 불안정한 기업 환경 속에서도 박삼구 회장의 꾸준한 지원들이 헛되지 않음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평가받았다고 볼 수 있었죠.

반면 이날 자리에 참석한 기자들은 박삼구 회장의 그룹 경영 계획, 형제와의 법적 소송 문제 등 현재 직면한 사안들에 대해 의미 있는 한마디를 원했습니다. 그룹의 오너를 만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기에, 이런 기회에 직접 오너들의 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받고, 그들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날 박삼구 회장의 대답들은 ‘순리’로 시작해서 ‘순리’로 끝났습니다. 더구나 질문도 제각각 다른데 순리로 일관된 답변으로, 오히려 여러 가지 해석만 낳았습니다. (평소 주장해온 대로) 금호고속 매각가가 순리에 맞지 않다는 것으로, 지난 23일 법원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제기한 배임 혐의 소송에 대한 1심 승소 판결이 순리대로 나온 결과라는 등 이렇게 기자들이 ‘순리’하나를 가지고 의미 찾기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물론, 오너 입장에서 어떤 한마디도 쉽게 내뱉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작정이나 한 듯 순리로 일관된 답변은 실망감을 안겨줄 뿐이었습니다. 3분여 동안 박삼구 회장이 말한 순리와 이치는 총 17번에 달했습니다. ‘순리대로 하면 된다’는 그 지당한 말씀이 의미없이 공허하게 들리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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