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코코본드(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발행을 앞두고 있는 다른 은행들이 고민에 빠졌다. 코코본드는 국내에서 투자 사례가 거의 없는데다 리스크도 높아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지주는 2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하기 위해 지난 22일 청약을 실시했지만 55억원만 모집하는데 그쳤다. 기관투자가에게 사전 배정된 473억원을 합하면 약 1472억원 가량 미달된 것이다.
코코본드는 초저금리 시대에 연 6%가 넘는 고수익을 제공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신종 증권이다. 특히 코코본드 발행으로 재무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어 대출을 해주기 전 자본을 확충하려는 은행들이 앞다퉈 코코본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코코본드의 전례가 없었던 만큼 실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시장이 코코본드를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은행과 시장이 리스크 레벨, 금리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JB금융과 대조저적으로 부산은행은 이달 말 1000억원 규모의 10년 만기 코코본드 발행을 앞두고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1500억원의 자금이 몰려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JB금융이 발행하는 코코본드는 지분증권으로 회계에 주식으로 분류되지만 부산은행의 코코본드는 상각형 후순위채로 채무증권으로 분류돼 위험도가 낮은 점이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JB금융의 코코본드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때 채권의 상각과 배당, 이자 지급에 제한 조건이 붙어 있지만 부산은행의 경우 이자지급제한 조건이 없다는 것도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한편 기업은행도 올해 말 3000~5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최근 코코본드 발행을 위한 정관 변경을 마치고 금융위원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