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 최고의 히어로는 김재범(29ㆍ한국마사회)이었다.
김재범은 21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유도 81㎏급 결승에서 나시프 엘리아스(레바논)를 지도승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김재범은 2010년 광저우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정훈(1990년ㆍ1994년), 황희태(2006년ㆍ2010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아시안게임 2연패다. 김재범은 또 23일 열린 남자 유도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유도 2관왕이 됐다.
2년 전 런던올림픽에서는 같은 체급 금메달을 획득하며 그랜드슬램(올림픽ㆍ아시안게임ㆍ세계선수권ㆍ아시아선수권)을 달성, 자신의 유도 인생에 정점을 찍었다. 그랜드슬램과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김재범이 처음이다.
그러나 김재범은 올림픽 이후 목표 의식 결여와 팔꿈치 부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깊은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그의 나이 27세. 유도선수로서는 부담스러운 나이였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김재범이라는 이름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흐릿해져갔다. 더 이상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김재범은 돌아왔다. 지난해 11월 국가대표 1차 선발전 81㎏급에서 1위를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올해 3월 열린 2차 선발전에서는 이재형(21ㆍ용인대)에게 져 3위로 밀려났지만 6월 최종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재범은 아시안게임 전 인터뷰에서 “어떻게든 이길 거다. 지켜봐달라”며 이번 대회 금메달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그는 국민과의 약속을 완벽하게 지켜냈다. 그랜드슬램에 이은 아시안게임 2연패다.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다.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부딪히기로 몸을 단련해야 한다.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파도,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도 이겨내야 한다. 대회 출전 때마다 뼈를 깎아내는 고통을 감수하며 체중 감량에 도전한다. 그래서 두 번 하라면 못한다. 대부분 한 번의 올림픽 금메달에 만족하고 매트 위를 떠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러나 김재범은 아직도 배가 고프단다. 한 번 하기도 힘든 그랜드슬램을 두 번이나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목표를 위해서는 최소한 2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은퇴할 수 없다. 그의 나이 서른하고도 두 살이 된다.
과연 가능할까.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체력은 물론 초심이 뒷받침된 성실성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2년 전 런던의 영웅들이 대부분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정상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바로 그것이 김재범이 이번 대회 최고의 히어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