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후광에 들썩이던 안양시가 개발 물꼬를 틀 태세를 갖추고 있다. 안양시 만안구 일대 구 시가지가 재개발을 비롯한 각종 정비사업 추진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1973년 시로 승격한 안양시는 90년대 초반 평촌신도시 개발로 외관이 크게 확대됐으나 기존 시가지의 경우 도로 확장이 어려운데다 당시만 해도 생활수준이 넉넉지 못한 주민들이 많이 거주한 탓에 주거환경이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안양시 일대의 재개발은 최근에서야 추진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 군포시 금정역 주변이 투자자들의 발길이 모이면서 시작된 이 일대 재개발 열기는 지난 8월 안양시가 낙후지역 33곳의 정비계획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화 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주 대한주택공사가 안양시 정비구역 중 한 곳인 만안구 안양7동 덕천마을 일대에 대한 정비계획을 내놓으면서 이 일대에 대한 투자열기는 절정을 이루고 있다.
◆개발 계획
안양시가 내놓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계획’에서는 ▲재개발 사업 17곳(37만평) ▲재건축 11곳(15만평) ▲주거환경개선 4곳(13만평) ▲도시환경정비사업 1곳(8700평) 등으로 전체 개발면적은 66만여 평에 이른다. 이는 시가 당초 계획했던 27곳(56만평)에 구사거리지구 및 상록·덕현·융창·삼봉·청원아파트 등 6곳이 추가된 물량이다.
안양시는 이 계획에 대해 이달 중 경기도의 승인을 거쳐 정식으로 공표할 계획이며 사업기간은 201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안양시는 이번 도시 정비사업도 시가 벌이고 있는 ‘Art 안양’ 프로젝트와 연계해 문화적 색채도 가미한 도시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사업 완공 후 주거지역 수준도 일반 재개발 단지보다 월등히 나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안양시 재개발사업의 첫 사업인 덕천마을 재개발사업은 전체 7만8천 여 평 부지에 용적률 244.96%, 최고 30층으로 모두 4200여 세대의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주공은 덕천마을 재개발에 신림동 난곡지구 재개발에 사용했던 ‘공영개발 방식’을 적용해 원주민들의 재정착률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주공의 적용한 공영개발방식은 주민의 의견조율 과 수렴은 주민대표회의에서 하되, 각종 인허가와 행정 절차, 공사 감독?감리 등은 전문성을 갖춘 주공이 맡아 진행해 사업 추진을 빠르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제도에서는 사업비도 원가정산방식을 적용하는 만큼 재개발사업으로 발생하는 이익도 일정부분 권리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게 주공 측의 설명이다.
나머지 구역의 경우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만큼 시공 협력사를 선정하는 등 구체적인 진행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덕천마을 재개발에 주공과 일부 민간 건설사가 참여하는 등 본격적인 추진 태세를 갖춘 만큼 나머지 지역에서도 사업 행보가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투자 열기 역세권 집중
본격적인 계획 수립에 앞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자들의 발걸음은 이미 시작됐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평촌신도시와 가까운 비산동 일대다.
이 일대는 국도1호선과 접해 있고 서울 강남지역으로 접근하는 국도 47호선 연계도 수월해 입지여건에서 후한 평가를 받는다. 특히 비산주공 1,2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비산삼성래미안과 비산롯데낙천대아파트와 주거환경정비사업을 통해 지어진 임곡주공아파트 등 총 7000여 세대의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주변 도로가 정비되는 등 도시 환경이 좋아진 것도 인기의 이유다.
이 일대 임곡3지구는 조합원 숫자가 적어 분담금이 적을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한때 10평 이하 소형 지분의 경우 웬만한 서울 재개발 구역 지분가를 웃도는 평당 1800만원까지 지분가가 치솟았지만 최근 주택시장 약세에 따라 평당 1700만원 정도로 지분값이 떨어지고있는 추세다
최근 주공이 사업 본격추진 의사를 밝힌 덕천마을도 빠른 사업속도와 넓은 지구 규모에 따라 높은 매매가를 형성하고 있다.
덕천마을에서는 대지지분이 12~15평인 소형빌라의 경우 33평형 아파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평당 1500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또 평수가 크고 감정가가 다소 낮은 단독주택도 평당 1000만원 대까지 지분값이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들 지구의 지분 거래는 거의 일어나고 있지 않다. 정부의 세제 강화에 따라 단기매매가 어려울 뿐 아니라 단기에 지분값이 급등한 것도 매수세력에 부담으로 작용해 거래가 활발치 않다는 게 일대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덕천마을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평촌등 외지 투자자의 발길이 늘고 있는 상태지만 매물도 거의 없고, 단기 급등한 지분값을 아직 ‘거품’이라고 생각하는 매수자가 많아 거래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사업 추진 전개에 따라 평당 200만원 가량 더 오를 가능성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시장상황이 악화된 만큼 지나친 기대심리는 경계할 것을 이야기한다. 가격이 단기에 너무 크게 올라 투자성이 떨어지는 데다 사업추진기간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여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건교부와 해당 지자체의 강력한 제제 방침에 따라 재개발 예정구역 추진위마다 일단 시공사 선정을 조합 설립 이후로 늦추고 있다. 치열한 수주전을 펼쳤던 시공사들도 일단 영업팀을 속속 철수시키고 있다. 추진위 난립도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 주요 재개발 예정구역마다 2~3개의 추진위가 난립, 주민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사업 추진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비산동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미 지분값이 서울 영등포 일대 재개발구역과 유사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향후 시세차익 가능성은 높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만 장기보유와 새 아파트분양 이후 매입을 결정할 수요자라면 투자가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