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개인 홈페이지 첫 화면에 띄어져 있는 글귀다. 이 회장이 글로벌 경영에 대해 얼마나 무게를 두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총수의 마음(心)을 읽고 싶다면 총수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봐라.’
기업 총수들의 홈페이지에는 경영철학, 활동내역에서부터 개인 프로필, 최근 관심사, 개인적인 취향까지 가득 담겨있다. 아울러 총수의 개인 홈페이지는 사내 직원들은 물론 대중과 자유롭게 소통이 가능한 채널로 급성장하고 있다.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신변 이야기들도 시시콜콜하게 담겨져 있는 총수의 홈페이지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덕분에 딱딱하고 `가까이 하기엔 먼' 이미지에서 벗어나 직원들과 일반인들에게 한걸음 다가서기 위해 개인 홈페이지가 큰 몫을 하고 있다.
포털 검색창에 ‘이건희’라고 치면 삼성그룹 공식 홈페이지인 'www.samsung.co.kr/about/ceo/profile.html'로 연결된다.
원래 이건희 회장의 개인 공식 홈페지인 'www.leekunhee.pe.kr'를 치고 들어가도 자동적으로 그룹 공식 홈페이지의 CEO면으로 이동하게 된다.
삼성측은 “개인 도메인은 있지만 그룹차원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룹 홈페이지 안에 연동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홈페이지의 첫 화면은 총수의 경영철학 내지는 최근 가장 관심 있는 경영현안을 피력하기 마련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신경영’에 대해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그는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선언과 함께 삼성의 개혁을 위한 신호탄을 올렸다”면서 “불량제품 생산을 범죄로 규정하고 양 위주에서 질 위주의 경영을 펼쳐 삼성의 체질을 180도 바뀌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건희 회장 개인 홈페이지의 가장 큰 특징은 강연이나 기고문을 통해 이 회장의 기업관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끼 거북에게 배우는 교훈’이라는 글을 통해 기업간의 반목과 대립에서 벗어나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바다거북은 해변가에 100개 정도의 알을 무더기로 낳은 후 모래를 끌어 모아 그 위를 덮는데, 부화한 알에서 부화한 새끼 거북들이 좁은 구덩이를 역할분담과 협력을 통해 빠져 나온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협업을 통한 상생만이 살길임을 새끼 거북을 빗대어 설명한 것이다.
홈페이지에 기재된 이 회장의 취미는 골프, 승마, 탁구, 스키, 영화감상, 클래식 등이다. 이 회장은 취미에서 얻은 지혜를 기업경영에 접목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때 다리를 다치기 전까지 골프 마니아로 인정받던 이 회장은 홈페이지에서 골프와 기업경영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피력하기도 했다.
‘원점에서 생각하자, 모든 것은 근본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프로 골퍼도 슬럼프에 빠지면 골프채 잡는 법부터 새로 배운다. 문제가 생기면 항상 원점으로 돌아가서 처리해야 한다’
홈페이지에 대한 정보의 만족도를 체크할 수 있게 한 점도 눈에 띈다. 각 콘텐츠에 대한 만족도 여부를 5점 척도로 선택하는 만족도 조사 항목을 따로 빼놓은 점은 삼성의 철두철미한 기업문화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이건희 회장의 홈페이지답게 다른 총수들의 홈페이지와 달리 사진갤러리면을 따로 만들어 놓지 않았다. 개인 사진도 3~4장 뿐이다.
구 회장의 홈페이지는 크게 ‘경영활동’, ‘뉴스’, ‘스피치’, ‘구본무스토리’로 구성돼 있다. 경영활동에는 그동안 구 회장이 강조해왔던 정도경영, 현장경영, R&D경영의 요지가 자세하게 설명돼 있다.
이중 구본무 회장의 인간적인 면을 엿볼 수 있는 ‘클로즈업’, ‘알고싶어요’, ‘자연과 나’ 등의 항목이 들어가 있는 구본무 스토리가 가장 흥미를 끄는 면이다.
‘알고싶어요’에선 구 회장의 키(169cm), 몸무게(65kg), 혈액형(B형), 병역(육군병장, 만기제대) 등의 신체적인 특성은 물론, 기상시간(오전6시), 애창곡(울고 넘는 박달재), 좌우명(약속은 꼭 지킨다, 근검절약하는 생활자세를 갖는다)와 같은 시시콜콜한 개인적인 취양까지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특히 철새를 관찰하거나 골프를 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김치찌개와 생선류를 선호하는 등의 내용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하게 소개되어 구본무 회장이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을 썼다.
일단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팝업창이 뜨면서 입체적인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이 회장과 접속자가 만나게 된다.
초기화면에는 이웅렬 회장의 가장 최근 근황을 엿볼 수 있는 항목이 있고, 이어 블랙박스, 멀티플렉스, 비즈니스클래스, 마이클래스 등으로 이어져 있어 접속자가 흥미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게 만든 게 특징이다.
이 회장은 홈페이지 공간에선 자신의 애칭이자 별명인 CVC(Chief Vision Creater)로 통한다. 좌측 하단에 보면 ‘Hey'와 ’Say'를 만들어 놓은 것도 이색적이다. Hey는 Mr.CVC 에 대한 궁금한 내용을 검색할 수 있는 일종의 검색창이다.
예를 들어 이웅렬 회장의 첫사랑이 언제 인지를 알고 싶다면 ‘첫사랑’이란 단어를 명사 형태로 입력하면 된다. 그러면 ‘Mr.CVC : 제 와이프가 첫사랑입니다. 쿨~쿨럭.’이라는 애교섞인 답변이 뜬다.
취미라고 물어보면 “Mr.CVC : 특기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구기종목은 다 좋아합니다. 골프는 핸디 5 수준, 비즈니스 골프이외에는 즐길 시간이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라며 구체적인 답변도 나온다.
이런 식의 질문과 답변이 오고가면서 마치 채팅창을 통해 이 회장과 직접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물론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이 준비되어 있지는 않다. 이럴 경우 아래의 'Say'창을 이용하면 좋다. Say는 이 회장과 직접 연결되는 이메일 창으로 질문자의 이름, 이메일, 제목, 문의 내용을 기재하면 빠른 시일내에 궁금한 점을 이 회장이 직접 답변을 해준다. 물론 해외 출장 등 직접 답변을 하지 못할 경우에 대리 답변을 통해서라도 빠른 응답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1부 입산(入山), 2부 산곡(山谷), 3부 절협(絶峽), 4부 등정(登頂), 5부 동행(同行)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가급적이면 언론에 노출을 꺼려했던 김승연 회장의 젊었을 때부터 최근의 근황을 모두 담고 있어 더욱 눈을 잡아끈다. 특히 김 회장의 부인 및 세 아들과 보낸 일본여행 추억 사진 등의 희귀한 사진도 많다.
홈페이지에는 정몽헌 회장과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자녀들의 교육관, 학창시절, 제일 잘 만드는 요리, 가장 아끼는 소장품 등 여성적인 취향이 담긴 내용들이 가득하다.
특히 wax의 ‘여정’,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전유나의 '너를 사랑하고도', 윤도현의 '사랑two' 등의 애창곡도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LG가와 계열분리 후 독립한지 2년이 지난 GS그룹의 허창수 회장의 개인 홈페이지는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다만 그룹 홈페이지에 허 회장의 프로필과 경영활동이 간략하게 소개돼 있다.
국회의원이자, 대한축구협회 회장이며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회장도 개인 홈페이지(www.mjchung.com)가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다만 현대중공업의 실질적 오너이기는 하지만 경영은 전문경영인에 전담시키다 보니 홈페이지에는 경영에 관련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구자홍 LS회장은 LG전자 CEO시절부터 이미 홈피경영을 해왔다. 홈페이지에는 구 회장이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가치가 가족이라고 말하면서 고객을 가족과 같이 여기자는 경영철학을 밝히고 있다.
특히 ‘바둑사랑’과, ‘호흡명상’이라는 창을 따로 만들어 구 회장의 취미를 넘어 특기로 내세우는 바둑과 명상시절을 사진과 곁들여 상세하게 나와 있다. 평소에 바둑TV의 주요 방송을 녹화해서 꼭 볼 정도로 바둑을 좋아하고 2000년 12월에 연곡원에서 한국기원으로부터 6단을 인정받은 내용도 담겨져 있다.
구 회장은 홈피에서 매일매일 의사결정을 내려야하는 기업경영과 바둑이 유사한 점이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아내와 딸과 함께 호흡명상을 즐겨 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는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만 자기를 찾는 시간을 통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매일 아침, 그리고 평소에도 틈나는 대로 활터를 찾는다. 홈페이지에선 ‘자세를 바로잡고 정신을 집중한 다음, 활시위를 당겨 목표를 겨냥하고, 가장 적절한 시점에서 시위를 놓는 과정이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다시 점검한 다음, 결정적인 순간에 추진력 있게 진행되는 기업경영과 유사하다고 적혀있다.
김 회장은 국궁경영 외에도 기독교인으로서 자녀의 교육원칙들을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대기업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마케팅 차원에서 CEO홈페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추세"라면서 "CEO의 이미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최대한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