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총의 映樂한 이야기] 사랑하고 사랑받는 영화 '물랑루즈'

입력 2014-09-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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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포스터)
◆ "한 시인과 여자가 순간의 시간을 서로 사랑했네"

영화 '물랑루즈'를 처음 접한 건 3평 남짓의 허름한 동네 비디오방이었다. 술 취한 남자 셋에게는 과분했던 핑크빛 영화가 끝나고 비디오방을 나서는데 새로 떠오른 태양이 축복처럼 정수리를 비췄다. 그날 이후 물랑루즈를 열 번도 넘게 봤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한동안 '물랑루즈'의 음악만 흘러나왔다.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샹송 'Complainte DeLa Butte'였다. "한 시인과 여자가 순간의 시간을 서로 사랑했네. 하지만 그는 다시 그녀를 만나지 못했네." 이것이 '물랑루즈'의 줄거리다.

(사진=영화 스틸컷)

◆'The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돼야 한다)

'물랑루즈'에서 해롤드 역을 맡은 짐 브로드벤트의 노래 'The Show Must Go On'은 바즈 루어만 감독의 철학이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보이듯 대책 없이 화려한 파티를 만들어대는 것은 바즈 감독의 특기다. '물랑루즈'에는 진한 핑크빛 조명과 퇴폐적인 여배우들, 오케스트라와 브라스밴드, 앙상블의 백 코러스 등이 바즈 감독의 지휘 아래 철저하고 화려하게 버무려진다.

특히 시대를 아우르는 음악들의 퓨전은 압권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평행선을 달리다가도 어느 순간 교묘하게 교차한다. 종국에 이르면 일제히 손을 잡고 밤하늘로 날아가 장엄한 불꽃놀이로 터진다. 이쯤 되면 관객의 시청각은 말 그대로 '닥파(닥치고 파티)'다.

(사진=영화 스틸컷)

◆'물랑루즈'의 달콤한 세레나데

'물랑루즈'에는 수많은 세레나데가 등장한다. 먼저 'Elephant Love Medley'에는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부터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까지 총 9가지 사랑의 연가들이 대사와 동선에 맞춰 절묘하게 엮여있다. 물랑루즈 옥상에서 펼쳐지는 바즈 감독의 환상적인 연출은 덤이다. 듀엣곡 'Come What May'도 빼놓을 수 없는 명곡이다. 특히 함께 들리는 이완 맥그리거와 니콜 키드먼의 목소리는 마치 목성 유로파의 물기둥처럼 경이로운 아우라를 콸콸 뿜어댄다.

'물랑루즈' 최고의 세레나데는 'Your Song'이다. 요부처럼 구는 니콜 키드먼을 두고 이완 맥그리거가 소리치는 'Your Song'의 첫 마디는 '물랑루즈'를 둘러싼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밀도를 순식간에 바꿔버린다. 후에 니콜 키드먼은 인터뷰를 통해 연습까지 포함해 'Your Song'을 600번 정도 들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마법에 걸린 것처럼 빠져들었다고 밝혔다.

(사진=영화 스틸컷)

◆프롤로그, 보헤미안의 영화 '물랑루즈'

이 글을 위해 영화 '물랑루즈'를 다시 틀었다. 영화가 끝날 무렵 똘루즈 역의 존 레귀자모가 소리쳤다.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것이다!" 이제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보헤미안의 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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