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굴욕'

입력 2006-09-18 15:57 수정 2006-09-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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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스닥 기업에 대한 정보부족 해소를 목적으로 두가지 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올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코스닥리서치프로젝트(KRP)'와 금융감독원 및 증권업협회가 내놓은 '기업공개(IPO) 대표주간사의 리서치 공표 의무' 이다.

전자는 해당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증권사가 분석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고, 후자는 장외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시킨 증권사가 1년간 의무적으로 보고서를 내게끔 한 제도.

모두 코스닥기업(또는 중소형기업)에 대한 자료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증권 관련 당국이 의욕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제도들은 당초 의지와는 달리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돈이 오고가는 관계 속에서 의무적으로 써야한다'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코스닥리서치프로젝트'는 기업분석을 원하는 기업이 300만원을 내고, 증권선물거래소가 700만원을 지원하면, 보고서를 써도록 할당된 증권사 두 곳이 각각 500만원씩 받고 각 4회씩 총 8회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 20개 기업의 보고서 작성을 할당받은 A증권사는 이를 통해 연간 1억원을 받는다.

'IPO 주간사의 리서치 공표 의무'도 비슷한 경우다. 이 제도는 해당기업의 IPO 주간사를 담당한 증권사가 상장 후 1년간 최소 4회 이상 의무적을 보고서를 내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통상 증권사들은 장외기업의 상장 업무를 맡는 조건으로 총 공모금액의 3%(공모금액이 100억원 미만인 경우 3억원)를 수수료로 받고, 상장 이후에도 이 회사와 전환사채 발행 등 각종 기업금융 업무에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한다. 영업행위와 관련된 돈의 액수로만 따지자면, '코스닥리서치프로젝트'보다 규모가 큰 셈이다.

이처럼 두가지 제도가 모두 '돈이 오고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니, 애시당초 객관적인 보고서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지 모른다. 현재까지 두 제도를 통해 발표된 보고서에서 투자의견이 '매도'(sell) 또는 '중립 이하'로 제시된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간부는 "리서치부서는 돈을 버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침체돼 회사 수익이 줄어들 때에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게 사실"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이같은 제도에 문제 의식을 가져도 영업 지원 차원에서 따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발표된 국내증권사의 기업분석보고서 중 '매도'의견이 제시된 경우는 1%에 불과했다.

이처럼 가뜩이나 소신있는 보고서가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증권 당국에 의해 잇따라 시행되고 있는 '의무적 보고서 작성' 제도 두 가지는 여의도 증권가 최고 엘리트라는 애널리스트들에게 또 한번 '굴욕'을 안겨다 주는게 아닌가 싶다.

의무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게끔 하는 제도를 시행해 양적으로는 코스닥 분석자료가 많아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을 성과물이라 치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용이 없는 형식적인 ‘공염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제도 시행 보다는 애널리스트들이 소신있게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 마련이 우선이다. 증권 당국의 보다 멀리보는 정책 수립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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