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19ㆍ롯데) 시대가 활짝 열렸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거머쥐며 LPGA투어 직행 티켓을 따냈다.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빨리 기회가 찾아와 걱정이다. 사실 해외 무대는 좀 더 준비를 한 후 천천히 도전할 생각이었는데 어른들 생각은 다른 것 같다”며 내년 새로운 무대 도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김효주는 내년 시즌부터 LPGA투어를 누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우상이던 박세리(37ㆍKDB산은금융)와 한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골프 여제’ 박인비(26ㆍKB금융그룹), ‘골프 천재’ 리디아 고(17ㆍ뉴질랜드)와도 같은 무대에서 경쟁하게 됐다.
그러나 김효주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비회원 자격으로 우승해 1년짜리 시드를 얻는 데 그쳤다. 내년 시즌 성적에 따라서는 1년 만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서 시드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김효주의 LPGA투어 성공 가능성은 낮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KLPGA투어에 정식 데뷔해 2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흔들림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성실성과 노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해 가는 모습도 그의 LPGA투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연희 전 골프 국가대표 감독은 “스윙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 특히 퍼팅과 쇼트게임에서도 다른 스윙 때처럼 좋은 리듬감을 갖는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김효주는 올해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을 비롯해 시즌 3승을 차지했다. 크게 흔들린 대회도 없어서 거의 매 대회 ‘톱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최다 상금이 걸린 한화금융 클래식에서의 우승상금 3억원을 보태 2008년 신지애(26)가 보유했던 역대 최다 상금(7억6500만원) 기록을 갈아치우며 ‘멘갑’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효주는 “멘탈보다 코스가 잘 맞아서 좋은 결과가 따른 것 같다. 큰 대회일수록 코스 세팅이 어려운데 무리하지 않았던 것이 주효했다. 만약 실수를 하더라고 빨리 잊어버리고 매 샷하는 순간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김효주는 주니어 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2012년 거의 모든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을 싹쓸이했고, KLPGA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 그리고 대만여자골프투어 스윙잉 스커츠 오픈에서 각각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프로 무대에서의 성공은 보장되지 않았다. 주니어 시절 화려한 명성에 주변에서의 기대감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거기에 리디아 고 등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골프 천재들과의 비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김효주는 데뷔 첫해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2012년 말 본격적으로 투어에 데뷔해 그해 12월 열린 현대차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했지만 2013년 시즌에는 단 한 차례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대부분 ‘톱10’에 이름을 올리고도 중요한 고비를 넘지 못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러나 올 시즌 김효주는 완전히 달라졌다. 위기엔 강했고,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김효주는 “원래 LPGA 명예의 전당이 꿈이었는데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목표를 다시 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효주는 또 지난해 자신의 성적에 대해 “신인치고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 주니어 시절에 워낙 많은 것을 보여줘서 팬들의 기대치가 높았던 것 같다. 하지만 올해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투어 2년 차가 되면서 스스로 마음이 편해졌는데 그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시즌 목표도 소박하게 잡았다. “성적이나 순위에 집착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해외 대회에 참가했던 것처럼 경기할 거다. 순위에 대한 목표를 잡고 쫓아가다보면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최선을 다할 거다”라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