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고위급인사들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이 열리는 4일 전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그동안 평행선을 달리던 남북관계에 변화의 물꼬를 터주는 계기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특히 북한 김양건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왼쪽부터),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비서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등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측근이자 실세들의 방문인 만큼, 회담에서는 남북의 주요 쟁점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수확 거둬야”… “북남 관계를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래”
=이날 전격 방문한 북한측 고위대표단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남측 대표단과 만나 인천시청 인근 한식당 ‘영빈관’에서 오찬회동을 가졌다. 회동에는 김 실장을 비롯해 류길재 통일장관,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 8명이 참석했다. 북한측에서는 황 군총정치국장과 최 노동당 비서, 김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 등 7명이 참석했다.
김관진 실장은 비공개 전 공개 모두발언을 통해 “가을이 결실의 계절이다. 남북관계도 아마 그 수확을 거둬야 되지 않겠느냐”라며 “오늘 아주 특별한 위치에 계신 분들이 대표단으로 오셨기 때문에 남북관계도 아주 잘 발전이 될 수 있도록 서로 노력을 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아시안게임에 북측 선수단들의 쾌거, 승전을 잘 봤다”면서 “남남북녀라고 북쪽 여자 축구선수들이 진짜 훌륭한 경기를 했다. 남북 축구 간에도 보니깐 넘어지면 서로 돌봐주고 일으켜 주기도 하고, 이렇게 선수들끼리 동포애가 작용하는 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양건 부장은 북한을 대표해 “우선 총정치국장 동지와 우리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환대해주는 데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기회가 우리 북남 사이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해서 이제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걸음을 걸어왔다”고 화답했다.
한편 오찬 회담 장소에 먼저 도착해 북한 대표단을 기다리던 김관진 실장은 북측 대표단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온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추측일 뿐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위층 전격 방문 남북관계 ‘분수령’ 되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최고위급 대표단을 직접 보내 국가의 존재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남북관계의 중요한 고비마다 대남 ‘특사 외교’를 가동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의 배경이 되고 있다.
양측 고위 대표단은 이번 회동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각자의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김관진 실장은 회동에 앞서 ‘북측과 무슨 얘기를 나눌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동안 남북 간 산적한 과제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측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드레스덴 제안 등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진정성을 설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우리가 제의한 2차 고위급 접촉에 호응하는 등 대화의 장에 나와 남북 간의 모든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는 취지의 기본 입장을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북측은 5·24 조치 해제 등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 한미 연합군사훈련 및 대북전단 살포 중단, 10·4 선언 이행 등의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이례적 방문에 외신들 역시 큰 관심을 가지며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AP통신은 “5년 만에 남북 간 가장 높은 수준의 고위급 대화가 성사될 것”이라며 “남북이 수개월간 긴장을 이어온 터라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는 낮지만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는 점에서 방문 그 자체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교도통신도 “북측 일행의 한국 방문은 남북의 고위급 대면 대화를 위한 이례적 기회”라고 전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이들을 접견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