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산업 쇠퇴로 위기를 겪고 있는 휴렛팩커드(HP)가 분사로 돌파구를 찾을 전망이다.
HP는 내년 중으로 회사를 PC 및 프린터 사업과 기업 하드웨어·서비스관리사업 등 두 개로 쪼갤 계획이라고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사는 이르면 6일 분사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또 과세를 피하고자 주주들에게 회사 지분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분사가 이뤄진다.
기술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사와 사업부 매각에 나서는 조류에 HP도 합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HP가 분사를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당시 HP 최고경영자(CEO)였던 레오 아포테커는 PC 사업 분사를 추진했다. 그러나 분사에 따른 부품 구매 가격결정력 약화를 우려한 반대 여론에 부딪혀 아포테커가 CEO에서 쫓겨났고 멕 휘트먼이 그 뒤를 이으면서 분사 논의가 중단됐다. 휘트먼 CEO는 2012년 PC를 수익성이 좋은 프린터 사업부와 합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올해는 IT기업의 분사에 월가가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등 분위기가 예년과 다르다는 평가다. IBM이 레노버에 연초 저가 서버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베이는 지난달 30일 전자결제 시스템인 페이팔을 분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베이 주가가 당시 7.5% 급등하기도 했다.
분사가 이뤄지면 휘트먼은 PC·프린터 사업부의 회장을 맡고 다른 사업부의 CEO를 역임한다. 사외이사인 패트리샤 루소가 기업 전문 사업부 회장에 오르며 다이온 웨이슬러 PC·프린터사업 담당 수석부사장도 해당 사업을 이끌 CEO에 오른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75년 전 창고에서 출발한 HP는 실리콘밸리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해 세계 1위 PC업체 지위를 중국 레노버에 빼앗기는 등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마감한 HP의 2013 회계연도 PC·프린터 사업부 매출은 559억 달러(약 59조원)로 회사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그러나 매출은 전년보다 7.1% 감소했으며 그 여파로 회사 전체 매출도 6.7% 줄었다.
HP 주가는 올 들어 상승했으나 여전히 1990년대 말 기술기업 열풍 당시 주가에는 못 미친다고 WSJ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