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자원公 ‘멕시코 볼레오 동광사업'부도 숨기고 2조 혈세 날릴 판

입력 2014-10-0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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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남 의원 "부도 후 2년 동안 채권단에 끌려 다녀...'글로벌 호구’국제적 망신"

MB정부 해외자원외교의 대표적인 ‘문제’사업으로 거론되는 멕시코 볼레오 동광개발사업이 이미 ‘부도(default)’가 난 상황조차 숨기고 2조원의 혈세를 막무가내 투입하는 등 부실과 부정으로 점철된 최악의 해외개발사업이라는 주장이 나와 그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제남 의원(정의당, 산업통상자원위원회)과 시민단체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볼레오 동광사업의 실상을 밝히고, 수조원의 혈세 낭비를 초래한 책임 규명을 위해 ‘MB 해외자원외교 문제’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응과 필요하다면 청문회라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제남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멕시코 볼레오 동광개발사업은 지난 2008년에 광산개발 경험이 부족한 바하마이닝(Baja Mining)이 재무투자자를 모아 시작한 멕시코 동광개발사업에 대한민국이 지분 30%을 얻기 위해 10배의 프리미엄까지 주고 7,600만불을 지불하면서 시작됐다.

2011년 6월에 가서야 비로소 착공한 개발사업은, 그러나 1년만인 2012년 6월 20일경 최종 ‘부도(default)’가 난다. 당초 예상되던 개발비용보다 5억불 가량이 더 필요하게 되자 대주주인 바하마이닝이 손을 들어 버린 것이다.

이미 4월에 개발비용 증가 발표로 바하마이닝의 주가는 5센트까지 폭락했고 그와 동시에 대주단은 추가 대출을 중단한 상황이었다. 볼레오 사업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되며 모든 대부계약은 부도 상태가 되었다. 이후 미국수출입은행, 케나다수출은행, 한국산업은행 등 대주단의 손에 사업의 생사여탈권이 넘어간다.

2012년 부도(default) 당시는 19대 총선(4월 11일)이 끝나고,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는 시기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2011년 국정감사에서 부실한 해외자본개발에 대한 집중포화를 받은 상태였고, 만약 볼레오 사업의 부도(default) 사실까지 알려지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 김신종 사장과 경영진은 부도(default) 사실을 숨기고 사업을 운영하던 바하마이닝사가 사업비 증가로 사업을 단순 포기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였다. 심지어 엉뚱하게도 통제권을 잃은 바하마이닝과 협상을 벌려 바하마이닝사의 지분을 1차와 2차로 나누어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이사회에 보고한다.

이사회 보고에는 통제권이 대주단에게 넘어간 사실을 정확히 알리지도 않았고, 동(銅) 가격을 임의적으로 높이고 (기준)수익률을 낮추어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급조하고, SK네트웍스 등 한국컨소시엄이 추가 투자를 할 수 없다고 통보한 사실조차 숨겼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6월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해서도 사실로 확인된 바 있다.

오히려 이사회가 승인을 해 주지 않으면 1억6,300만불의 손실이 발생하고, 9,000만불을 추가 투자하면 1차로 지분을 51%로 늘려 운영권을 확보해서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것이 김신종 사장과 경영진의 논리였다.

결국 2012년 8월 2일 이사회는 이미 휴지조각이 된 지분 21%를 9,000만불에 인수하고 2차로 지분 39%를 4억 9,110만불에 인수하는 결정을 내린다. 이사회를 진행하던 당시 캐나다 주식시장에서 바하마이닝의 시가총액은 불과 2,032만불(캐나다달러)이었다.

김신종 사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고정식 사장 또한 2012년 10월 미국수출입은행의 볼레오사업 채권 4억1900만 불(1억2600만불 기대출)을 인수해 버린다. 당초 9,030만불이던 투자비가 2달만에 8억불(1조원)로 늘어나 버린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1차로 투입한 9,000만불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송금 과정에서 이사회의 승인 없는 불법송금이 벌어졌고, 돈을 받는 입장인 볼레오 현장의 회계조직은 이미 와해된 상태였다. 9,000만불이 실제 볼레오에 들어가 재대로 쓰였는지 확인할 수 없다.

이러한 황당한 일이 가능한 이유는 광물자원공사가 볼레오 현장을 재대로 파악하고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사회 결정으로 수천억 원을 쏟아부어 사업 지분 51%를 획득했지만, 당시 볼레오에는 건설담당 직원 단 1명만 상주하고 있었다. 그나마 2012년 9월 말이 되어서야 멕시코 현지에 재무현황 실사를 위하여 2명의 직원을 열흘간 파견하는데 그쳤다.

이후에도 광물자원공사는 올해 5월까지 2년 가까이 부도(default) 상황을 면치 못하고 초단기로 대주단이 내어주는 권리행사유보협약(stand still)으로 연명했다. 그 기간동안 대주단에 끌려 다니고 사업비도 추가로 증액하는 등 말그대로 ‘봉’ 노릇을 한 것이다.

올해 5월이 되서야 볼레오 운영사가 회사채 3억4,000만불을 발행하고 이를 광물자원공사가 보증함으로서 겨우 부도 상황이 해소된다. 대주단은 단 한 푼의 손실도 없이 사업에서 손을 뗄 수 있었고, 광물자원공사의 부담은 2조원대(각종 담보 포함)까지 증가한다.

결국 2012년 부도(default)의 모든 책임과 위험을 국민 혈세 2조원을 퍼부어 대한민국이, 광물자원공사가 모두 떠안은 것이다. 이정도면 봉 노릇을 넘어 ‘글로벌 호구’라는 낯뜨거운 오명을 뒤짚어 쓴 것에 다름없다.

현재 볼레오 사업은 경제성 평가 조작(감사원 2012.8), 6억 9100만불 손실 가치 평가(대주단) 등 이미 사업 경제성을 상실한 상태이며, 광물자원공사의 회생 계획조차 지질과 기술적 문제 등으로 절망적이라는 판정이 내려진 상태다.

그나마 부실 투자에 대한 판단 책임도 제대로 묻지 않았다. 담당 실무자 3명이 근신, 감봉 등의 솜방망이 징계를 받았을 뿐, 잘못된 결정을 내린 사장과 경영진, 이사회는 아무런 징계도 문책도 당하지 않았다. 부도난 사업에 투자를 결정한 김신종 사장, 고정식 사장은 물론, 당시 주무장관이었던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또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이다.

더군다나 부실 투자를 막는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당시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오히려 부도 사실을 감추고 회계조작까지 가담했다는 의혹이 크다. 단순한 실무자 징계 조치로 면책시켜준 감사원과 대주단의 일원으로 사실을 알고도 투자금 회수에만 급급했던 산업은행 또한 공범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당시 자원외교를 앞세워 공공기관의 무책임한 해외자원개발투자를 독려했던 이상득 새누리당 전 의원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야말로 수조원의 혈세를 탕진하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호구’로 전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TK 출신이며 고려대를 나와 대통령인수위까지 거친 MB자원외교의 대표적 인물인 김신종 사장 등 당시 경영진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며, 부도(default) 당시가 대선 국면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단순 투자 손실로 볼 수 없는 정치적 개입 또한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김제남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 혈세를 투입하여 추진한 대형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대다수가 하나씩 실패로 판명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멕시코 볼레오 동광사업으로 인해 2조원대의 국민 부담이 늘어난 이유는, 무리한 해외자원외교의 실패를 숨기기 위해 정부기관까지 나서서 조직적인 은폐를 자행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였다.

김제남 의원은 또한 “볼레오 사업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앞으로 대형 해외자원개발의 진상을 하나 하나 밝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2조원대의 국민 부담을 가중한 볼레오 사태 하나만으로도 ‘MB 해외자원외교 청문회’를 열어 본격적인 진상 규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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