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리스트의 병역 혜택, 꼭 필요한가? [송형근의 1분1초]

입력 2014-10-0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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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대만 대표팀을 꺾은 한국 대표팀이 환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달 28일 2014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이 열렸던 날. 여론의 시선은 이 경기에 몰렸다. 결과는 한국 대표팀의 승리. 누군들 국제대회 금메달이 반갑지 않을까. 그러나 야구대표팀의 금메달은 씁쓸함을 남겼다. 국제무대에서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상대방과 프로팀에서 차출돼 죽자고 달려든 한국 대표팀. 웃지 못할 해프닝에 초점은 병역 혜택에 쏠렸다.

병역법 26조에 따르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20여 개월의 군 복무 기간을 4주간의 훈련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번 야구 대표팀은 군대 미필자 13명이 포함돼 구성됐다. 따라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이들 13명은 모두 병역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국제대회 메달리스트에게 이같은 혜택을 주는 건 국위선양한 그들이 계속 체육 활동에 몸담을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함이다. 더불어 병역 혜택을 통해 앞으로도 자기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란 의미다. 그러나 이번 야구 대표팀이 사례는 본래 취지와 동떨어졌다. 아니라고 강변할 수 있지만, 아마추어로 구성된 아시아 팀들을 프로 선수들이 주축이 된 한국팀이 콜드게임으로 승리한 걸 두고 국위선양 했다고 표현하긴 다소 무리가 있다.

사실 국제대회 메달리스트에 대한 병역 혜택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박지성, 류현진과 같이 병역 혜택의 취지와 부합하게 활동하는 선수가 있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가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박주영과 이번 대회 야구의 나지완 등은 병역혜택이 오히려 독이 된 대표적 케이스다. 이들이 비판에 직면한 까닭은 간단하다. 스스로 병역혜택을 얻을 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거나 오히려 병역 혜택을 받기 위해 메달리스트가 되려는 모습을 보여서다.

말도 많고 그 의도도 불분명해진 병역 혜택이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혹자는 운동선수가 군대 가면 무엇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20여 개월이 넘는 시간 병영 안에서 자신의 재능을 낭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75년에 만들어진 상무를 통해 운동을 하면서도 선수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한다. 그것만 해도 이미 일반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혜택이다. 또 지난 2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병역 혜택을 받으면서 국제적으로 한국인의 위상을 남긴 선수가 몇이나 될까 고려해보면 의문이 많이 남는다.

현대 스포츠의 아버지인 피에르 쿠베르탱은 “승패를 떠나 참가와 도전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하며 올림픽을 시작했다. 1896년 제1회 올림픽에서 금메달리스트에겐 월계수 관과 올리브가 주어졌다. 땀과 노력, 한계에 도전해 성공한 사람을 기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숭고한 뜻을 배우자는 의미였다. 메달의 본래 의미는 인간 한계에 대한 도전을 기리는 것이었다.

지금의 메달리스트 혜택은 스포츠의 본래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더불어 이미 연금과 상무라는 지원이 있는 그들에게 그 이상의 특혜를 준다는 건 이중적이다. 오히려 이를 병역 면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선수들마저 보인다. 아마추어를 상대로 프로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압살하는 모습이 과연 스포츠 정신일까. 쿠베르탱이 관 속에서 벌떡 일어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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