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원전 안전성을 위한 소통과 신뢰

입력 2014-10-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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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원전산업은 수백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고도의 기술 집약형 산업이다.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높이려면 발전소를 구성하는 설비 모두가 최상의 상태여야 한다. 각각의 설비가 최상의 컨디션이 되려면 수많은 부품이 최고의 품질이어야 하는 것이다. 원전산업은 설계, 제작, 시공, 운전, 정비 등 전 과정이 차질 없이 수행될 때 안전이 확보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뿐 아니라 협력회사 그리고 종사자 모두가 한마음과 한뜻으로 원전 안전 확보를 위해 총력을 결집해야 하며, 발전소 기자재를 납품하는 협력회사와 더불어 성장해 나가는 것은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원전산업 규모는 세계 5위 수준이고, 지난 40년간 축적돼 온 기술경쟁력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우리 회사뿐 아니라 수많은 협력회사가 더불어 노력해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협력업체 가운데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해 해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아 아쉬울 따름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 회사는 협력회사와 동반성장이 일회성이 아니라 원전산업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 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 100여 개사와 공동 브랜드 ‘WITH’를 개발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 회사는 지난해 일부 원전의 제어 케이블을 재검증하고 새로운 케이블로 전면 교체했다. 최근 케이블 교체가 완료된 신고리 3호기는 60년 설계 수명의 케이블 설치를 세계 최초로 해낸 것이다. 이는 총 길이 1230km의 케이블을 철거하고 재설치하는 엄청난 작업이었다. 신고리 3·4호기 케이블 교체 작업 현장을 직접 찾아보니 현장 직원들은 ‘발전소를 새로 짓는다’는 각오로 휴일도 없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 작업에는 협력회사의 도움이 컸는데, 제조과정에서 설치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에 걸친 엄격하고도 까다로운 성능 시험에 적극 협조해 주었다. 이 작업을 함께한 해외 품질 안전 관리 전문가들은 “한국 원전의 품질 안전 관리 시스템이 놀랄 만큼 철저하다”며 혀를 내둘렀다는 후일담이다.

비 온 뒤의 땅이 더욱 단단해지듯 지난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오늘 흘리는 구슬땀이 원전 산업의 미래를 희망차게 하는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 비록 시험성적서 위조로 케이블 전면 교체까지 오는 과정에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렸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철저하고 완벽한 시스템을 갖춰 더욱 안전하게 믿을 수 있는 원자력산업이 되었으면 한다.

원전 산업계 전반의 자정 노력과 동반성장을 위한 진정성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시발점이라고 믿는다. 우리 회사와 협력회사 모두 경쟁력을 더욱 높여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과 저력을 발휘할 날이 속히 오기를 기원한다. 국가 에너지 백년대계를 생각하며 원자력발전소를 더욱 안전하게 운영하고자 혼신을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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