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액이 10억달러에 달하는 한국투자공사(KIC)의 메릴린치 투자를 한국은행이 방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7일 한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KIC의 메릴린치 투자가 결정된 운영위원회에 한은 총재를 대리해 당시 이용신 외화자금국장, 이광주 부총재보가 참여했다”면서 “이들은 당초 메릴린치 투자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으나 투자가 결정된 30차 운영위원회에서는 찬성으로 입장을 정했다”고 밝혔다.
KIC는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에 20억달러의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 투자는 올 10월 현재 투자금 대비 손실액이 1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대표적인 부실 투자 사례라고 박 의원은 전했다.
특히 박 의원은 “메릴린치 투자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이용신 전 한은 외자자금국장은 퇴임 후 즉시 KIC 리스크관리 본부장(CRO)로 자리를 옮기는 등 한은 내 외자운용원의 고위 공직자가 KIC로 취업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감시를 하던 공직자가 감시를 받는 기관으로 자리 이동을 하는 대표적 관피아 사례”라고 꼬집었다.
한은은 지난 2006년 KIC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이후 2008년까지 순차적으로 약 170억달러의 외화자산을 위탁·분산 투자해 왔다. 2013년까지는 총 200억달러이다.
박 의원은 “한은은 위탁사무의 감시 감독과 모니터링을 보다 적극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