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사 코드읽기] (9)조선시대 혼인과 가족<下> -글쓰는 어머니, 조선 여성지식인의 탄생

입력 2014-10-0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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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년 한국여성사, 어떻게 읽을 것인가?

최근 한국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어서 남성의 진학률을 앞섰다. 오늘날 배움의 기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없다. 그러나 조선시대, 여성을 위한 학교교육이 전무했던 시기에 여성들은 배움의 갈증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역시 한글의 발명이 여성들의 지식 습득에 획기적인 영향을 주었다. 조선은 초기부터 한글로 번역한 여성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적은 ‘수신서’를 보급하였다. 한글(언문)은 어느덧 여성의 글이 되었다. 수신서를 접한 여성들은 더 넓은 학문의 세계, 문학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다.

집에서 남자 형제들 어깨너머로 글을 배웠고, 결혼해서는 집안일 틈틈이 공부해, 자신의 생각 글로 표현

조선의 여성들은 어디서 글을 배우고 학문을 익힐 수 있었을까? 오늘날과 같이 모든 사람들이 다니는 학교가 없던 조선시대, 글을 배울 수 있는 계층은 양반가였다. 양반가 여성들의 가장 큰 직무는 자녀교육이었다. 자녀들에게 기초적인 유교 경전을 가르쳐야 했기 때문에 어머니도 유학에 관한 소양을 갖추어야 했다. 여성들은 결혼하기 전에 여성교훈서와 어린이용 한문교과서를 익혔다.

대개 양반집에서는 선생을 모셔다가 자녀교육을 했다. 출가하기 전 여자아이들은 남자형제들과 함께 공부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조선시대 여성철학자 윤지당 임씨는 오빠 임성주에게서 글을 배웠다. 가정형편상 선생을 모실 수 없는 가정의 경우는 어머니의 역할이 더 컸다. 여성들은 대개 <사기> <논어> <소학> 등을 공부했다.

결혼한 여성들은 집안일 틈틈이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빙허각 이씨(1759-1824)는 “집안에서 밥 짓고 반찬 만드는 틈틈이 옛 글을 펼쳐보며 일상생활에 긴요한 것을 많이 보았는데, 이를 “옛사람이 말하기를 총명이 무딘 글만 못하다”고 했으니 내가 본 글을 적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집안의 딸들과 며느리에게 주기 위해 <규합총서>를 썼다“고 했다. 정일당 강씨(1882-1932)도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바느질하고 밥하는 사이사이에 한밤 중에 짬을 내서 책을 읽을 생각이다”라고 썼다.

시, 규방가사를 넘어 논문을 쓴 여성학자 등장

18세기 이후에는 여성들의 책읽기가 글쓰기로 발전했다. 신사임당, 허난설헌, 황진이 같은 작가 외에 자신의 식견을 글로 써서 학자로서 문집을 내는 여성들이 나타났다. 문집을 내는 것은 많은 책을 보고,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등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한 일이다. 긴 ‘산문’의 출현은 여성들의 사고가 논리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는 국내외 서적 약 75종을 인용한 생활백과사전으로 술과 음식, 옷 만들기, 길쌈, 태교 및 육아법 등이 실려 있다. 윤지당 임씨(1721-1793)는 <윤지당유고>에서 성리학에 관한 논문과 유명한 성현들의 인물론을 실었다. 후에 정일당 강씨는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윤지당이 이르기를 ‘내가 비록 여자의 몸이나 하늘로부터 받은 성품이야 애초 남녀의 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고, 또 ‘여자로서 태임과 같은 사람이 되기를 기약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스스로 포기한 사람이다’라고 썼다. 비록 여자라일지라도 노력하면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일당 강씨가 윤지당 임씨를 본받으려 한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여성들을 들어보면 의유당 남씨(1727-1823, 의유당 관북유람일기), 혜경궁 홍씨(1735-1815, 한중록), 사주당 이씨(1739-1821, 태교신기), 영수합 서씨(1753-1823, 영수합고), 정일당 강씨(1772-1832, 정일당고), 금원 김씨(1817-?, 호동서락기), 유한당 권씨(?, 유한당 언행실록) 등이 있다.

제11강=글쓰는 여성들: 여성지식인의 탄생, 정해은(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제공=(사)역사․여성․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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