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무너지거나 말거나…자재 빼돌려 공사비 뻥튀기

입력 2014-10-0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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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속도로 터널 '록볼트(암석지지대)' 부실시공 관련 16명 기소

터널의 붕괴를 막는 자재를 적게 쓰고도 설계대로 시공한 것처럼 속여 공사비를 타낸 건설업체 현장소장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문홍성 부장검사)는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고속도로 터널공사에서 록볼트(암석지지대) 등을 설계보다 적게 쓰고도 15억여원의 중간 공사대금을 더 타낸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S토건 이모(56)씨 등 현장소장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또 S토건의 시공사인 K건설산업 현장소장 신모(55)씨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발주처 점검 등에 대비해 거래명세표, 주요자재검사수불부 등 관련 서류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로 대기업 D건설 현장소장 정모(49)씨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록볼트는 터널 공사 때 암반에 삽입하는 보강 자재다. 터널 암반의 붕괴를 막는 기능을 한다. 지름 2∼3cm의 철근 모양이며 길이는 5∼10m로 다양하다. 길이에 따라 가격은 개당 1만7천∼3만원 정도한다.

검찰이 한국도로공사와 2010년 이후 착공한 고속도로 76개 공구 121개 터널을 전수조사한 결과 38개 공구 17개 터널에서 설계보다 록볼트가 적게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가운데 공사비를 부풀린 규모가 크고 록볼트 미시공 비율이 높은 영동-옥천 1공구, 주문진-속초 5공구, 담양-성산 6공구, 홍천-양양 11공구, 동홍천-양양 6공구·14공구·16공구, 상주-영덕 5공구 등 8곳의 공사 관계자를 수사했다.

구속 기소된 S토건 이모 현장소장은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시공사 현장소장 신씨와 짜고 전체 록볼트 설계 수량 6만3천여개 중 절반에 가까운 2만8천여개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설계대로 한 것처럼 공사비를 타냈다.

주문진-속초 5공구에서는 록볼트 설계 수량이 1만8천350개였지만 실제로는 5천930개(32.3%)만 사용됐다. 10개 중 7개를 설치하지 않은 셈이다.

이곳의 공사를 맡은 G토건 현장소장 양모(47)씨는 8억여원의 공사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시공사인 S기업 공무팀장 송모(50)씨 등 2명은 서류 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공사비를 부풀린 공구의 록볼트 미시공 비율은 평균 27%였고, 공사비 과다 청구액만 총 187억원에 이르렀다.

검찰은 "다른 자재가 많이 투입돼 비용이 증가했거나 인근 주민의 민원을 해결하느라 손해를 보게 되자 적자를 보전하려고 록볼트 등 자재값을 부풀려 공사비를 더 타냈다"고 말했다.

시공 과정에서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는 주요자재 반입 수량, 품질 등을 아예 검수하지 않거나 거래명세표 등 송장만으로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도로공사에 터널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하는 한편 과다 청구된 공사비를 전액 환수하도록 할 계획이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올 2월 터널 공사 록볼트 빼돌리기와 관련된 제보를 받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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