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년간에는 자본유입과 원화절상 위주의 대외리스크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반대방향에서 새로운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기존의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대응책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IMF(국제통화기금)·WB(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거시건전성 3종세트가) 지금까지는 주로 자본 유입에 대해 견제하는 장치였지만 이제는 유출에 대해서도 보완할 점 있는지 리뷰(검토)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미국이 조기에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한국은 충분한 외환 보유고와 건전한 외채구조, 30개월째 이어지는 경상수지 흑자, 높은 재정건전성 등 견조한 펀더멘탈(기초체력)으로 다른 신흥국과 분명히 차별화되고 있는 만큼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0일까지 1조3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내다파는 등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일어남에 따라 자본 유입과 유출의 양방향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더욱 커졌다는 설명이다.
최 부총리는 대비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한 ‘거시건전성 3종 세트’의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3종 세트란 단기 자금이 너무 많이 몰려와 우리 경제를 교란하는 것에 대한 대책인데, 역방향으로 교란될 가능성이 있는지 점검해보면서 보완할 점이 있는지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3종 세트 중 금융기관 외환유동성 관련 규제가 타이트(tight)한 측면이 있는데, 이 부분을 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가 금융기관을 통한 단기외화차입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재의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달러유입 촉진을 위해 완화하는 방향으로 손질하겠다고 나선 만큼 어떤 추가적인 조치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다만 최 부총리는 “새 경제팀 출범 이후 기대감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던 부분이 있었고, 환율과 주가 등으로 단기적으로 급등하는 부분에 대한 차액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 최근의 외국인 자금이동을 자본 유출로 연결하는 데엔 경계감을 나타냈다. 외국인들은 여전히 성장이나 건전성 측면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고 있는 만큼 ‘만사불여(萬事不如) 튼튼’ 차원에서 검토해보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