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국감]‘죽음의 공법'전력신기술, 감전사 빈발해도 산업부 실적'부풀리기'만"

입력 2014-10-1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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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해 1997년 도입된 신기술이 현장실사 없이 지정되어 전기배전원들의 감전사고를 유발하는 등 운영상의 총체적 부실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전북 익산을)국회의원은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력신기술 지정 제도는 지난 17년간 오로지 공사비 절감 효과만 고려되었을 뿐, 작업의 안전성과 객관성, 공정성은 확보하지 못한 채 부실하게 운영되어 왔다”고 질타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 고시한 전력신기술은 총 97건에 달한다. 지난 5년간 전력신기술 활용실적을 살펴보면, 한국전력이 발주한 공사가 39만6,748건으로 99.9%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한국전력은 배전공사에서 가장 많이 활용한 전력신기술은 10호 ‘전선이선기구를 이용한 무정전 배전공법’이다. 한전은 지난 10년간 이 공법을 적용해 2,369억5,400만원의 공사실적을 올렸고, 기술개발자인 D업체는 기술사용료로 466억원을 챙겼다. 한전은 781억4,400만원의 공사비를 절감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송배전선로 감전사고 사상자 599명 중 60%이상이 전력신기술 10호로 공사를 하다가 감전사고를 당했다. 공사현장에서는 전력신기술 10호가 ‘죽음의 공법’으로 통하고 있다.

전력신기술 지정 과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사현장에서 활용할 기술임에도 현장실사가 심사항목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건설‧환경‧교통 등 다른 기관의 신기술 제도와 달리 현장조사도 없이 서류상 주관적 정성평가로 신기술로 지정해왔다. 또한 신기술 활용처의 관계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왔다.

전력신기술 보호기간 연장심사를 할 때도 현장실사를 하지 않고 있다. 전력신기술 10호 역시 2006년 보호기간 연장심사를 거쳐 2011년까지 연장되었다. 2001년 신기술 지정 이후 공사현장에서 현장 적용이 어렵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권익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이 3,000건이 넘었다. 그럼에도 연장심사에서 현장적용성 평가 항목이 빠지고, 대신 활용실적 항목이 심사요건으로 추가되었다. 전력신기술 활용실적 부풀리기가 관행화돼 있었다. 보호기간 연장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실적 부풀리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전정희 의원실이 산업부 전력산업과로부터 제출받은 5년간 전력신기술 활용실적을 분석한 결과, 수백억원의 활용실적이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력신기술 10호의 경우 한전이 제출한 3년간 공사실적은 1,199억원인데 반해, 산업부가 제출한 공사실적은 1,739억원이었다.

이와 관련 산업부 전력산업과 관계자는 “전력신기술협회가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아 실적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고, 공사업체에서 신기술 공사 실적이 아닌 업체의 전체공사실적을 제출한 것 같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내놨다.

전정희 의원은 “전력신기술 개발업체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전력신기술협회에 실적관리를 맡긴다는 것 자체가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며 “산업부는 법적 근거도 없이 실적관리의 효율성을 이유로 전력신기술협회에 실적관리업무를 위탁해 부실관리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질책했다.

전 의원은 또한 전력신기술 지정은 수의계약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2011년 한전KDN이 수의계약을 위해 한국형 전력계통운영시스템(KEMS)을 전력신기술로 지정 신청했다. 그 결과 KEMS는 전력신기술 86호로 지정되어 전력거래소가 한전KDN에게 341억원의 차세대EMS 용역사업을 발주했다.

전력신기술 86호로 지정된 KEMS는 극히 주관적 심사와 제척사유까지 발생시켰다. 세계에서 5번째로 전력계통 자립에 성공했다는 이 시스템은 현장실사는 물론 없었고, 신규성, 진보성 항목의 기술평가 또한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으로 진행되었다. 9명의 심사위원 중 KEMS 연구과제에 직접 참여했던 전력거래소 부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전정희 의원은 “전력신기술 제도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면서 “전력신기술 이해당사자가 아닌 전문가들로 심사위원 풀을 구성해야 하며, 심사 기준에 반드시 현장 실사를 포함시키고 주관적 정성평가가 아닌 과학적 정량평가에 의해 신기술 지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또한 “심사전담기관과 실적 관리 위탁기관 역시 전력관련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전기협회와 전력신기술협회가 아닌 제3의 기관에 위탁운영해야 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신기술인증 운영업무를 담당하는 산업부 산하 기술표준원에 전력신기술을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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