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14년째 맡아온 행장 사임을 밝혔다. 최근 출마 의사를 밝힌 KB금융 회장 선거에 전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임기가 꽤 남아 있고, KB금융 회장 선출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은 믿는데가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 행장은 KB금융 회장 후보 7명에 포함된 이후 최근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만간 전 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사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앞서 하 행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KB금융 회장 추천위원회로 부터 후보 9명에 포함됐다는 통지를 받았고, 향후 KB금융지주 회장 추천을 위한 평판 조회 등 프로세스를 진행함에 있어 본인 동의 요청을 받아 이를 수락했다”며 KB금융 회장 인선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현직 행장이 다른 금융기관 수장 인선 경쟁에 참여하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다. 그는 과거에도 KB금융 회장 등에 대한 제안을 받은 바 있지만 이번 처럼 적극적이지 않았다. 특히 하 행장의 임기는 아직 1년 6개월이나 남은 상황이다. 금융권에선 하 행장이 KB금융 회장에 도전하려면 현직 행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확실히 이번에는 말의 뉘앙스나 의지가 다른 것 같다”며 “최근 5연임까지 한 만큼 KB금융에서 새로운 수장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하 행장은 지난 2001년 한미은행장을 시작으로 14년째 행장을 맡고 있는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다. 그가 현직 부담을 무릅쓰고 KB금융 회장에 도전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하 행장은 서울대 72학번으로 신제윤 금융위원장(77학번), 정찬우 부위원장(82학번) 등 금융당국 관료들과 선후배 사이다. 이밖에도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등 현 정부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하 행장의 사퇴로 씨티은행도 차기 은행장 선출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차기 행장에는 박진회 기업금융그룹장(수석부행장)과 조엘 코른라이히 소비자비즈니스 총책임자(수석부행장)가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