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의 민선 6기 체제가 향후 4년간의 시정을 이끌어가는데 있어 핵심인사 중 하나가 SH공사 사장이다. 현재 이 자리는 공석이다. 이종수 전 사장이 지난 8월 말 돌연 사표를 냈다.
SH공사는 최근 사장 공모를 시작했다. SH공사의 수장은 1천만 서울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공사의 부채 감면 등에 대한 중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이 전 사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물러난다고 밝혔지만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가 사의 표명 직전까지 현장을 찾아다니며 업무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또 그는 올 봄 간담회에서 연말까지 부채를 7조원 이하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SH공사는 현재 극심한 부채난에 시달리고 있다. 2011년 10월 13조578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 4월에는 10조3345억원까지 줄었다. 이로써 그의 사퇴는 부채 감축 압박 또는 측근 인사 배치 등의 원인이 작용했다는 설이 나온 상태다.
이 전 사장은 지난해 2월 부채감축 방안을 놓고 박 시장과 대립한 끝에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박 시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목표 달성을 위해 조급하게 땅을 팔 경우 금싸라기 땅을 헐값에 처분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고 이 전 사장은 맞섰다. 당시 사퇴 건은 박 시장의 설득으로 없었던 일이 됐다.
박 시장의 민선 6기 체제가 출범한 지 4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지난 5기에서도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SH공사 부채 감축으로 곤욕을 치른 박 시장이 이번 체제에서는 어떤 파트너와 함께 이 난국을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과 전세물량 부족 등으로 주거난에 시달리고 있는 시민들의 고충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박 시장이 향후 4년간의 시정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중요한 파트너가 될 SH공사 사장 선임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박 시장은 최근 취임 100일 기념 인터뷰에서 SH공사 사장 선정을 위해 인사위원회를 개최했으며 공사는 굉장히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공공임대주택을 개발하고 짓는 시대의 사장이 아닌 우리시대 화두인 도시재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어떻게 임대주택을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를 잘 풀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는 확고한 신념도 보여줬다. 박 시장은 아울러 서울시가 당면하고 있는 저소득층 위한 주택문제 해결과 도시재생을 통해 도시 활력을 경쟁력으로 키우겠다는 비전도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번 시정에서 4개 분야의 큰 계획 중 ‘따뜻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임대주택 8만호를 공급, 주거고민을 덜어주겠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수요 맞춤형 공공임대 6만호와 민관 협력으로 서울형 민간임대 2만호를 각각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박 시장 측근 인사가 그 자리를 꿰차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임대주택사업과 도시재생을 아우르는 실전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박 시장의 말이 실행에 옮겨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