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경 원장 “리더 되길 열망해야 ‘제2 권선주’ 나온다”

입력 2014-10-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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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금융인 릴레이 인터뷰] 자신감 부족ㆍ소극적 자세 극복해야...여성임원 비율 30% 이상 확대 목표

“외국계 은행에서 배운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나눠 주고 싶었습니다. 국제금융 분야의 후배를 키우기 위해 기업을 창업한 것은 그야말로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외환딜러이자 유리천장을 깬 상위 1% 여성 금융인. 김상경 한국국제금융연수원장 겸 여성금융네트워크 회장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만으로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 금융인 후배를 양성하겠다며 소위 ‘잘나가는’ 외국계 금융회사를 스스로 박차고 나온 이력은 그의 소신과 원칙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성들이 자신을 믿고 리더가 되기를 열망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김 회장. 여성 금융인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의 롤모델인 그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상경 한국국제금융연수원장 겸 여성금융네트워크 회장이 서울 중구 퇴계로 한국국제금융연수원에서 가진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자신을 믿고 리더가 되기를 열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 국내 최초 외환딜러에서 후배 양성의 길 선택 = 김 회장이 처음 금융권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은 1975년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 비서로 재직하면서부터다.

그는 1979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 한국지점에서 비서로 일할 때 상사가 외환시장에 관한 영문 서적을 건넨 것을 계기로 외환딜러의 길을 걸었고 1년간 아멕스의 홍콩·싱가포르·뉴욕 딜링룸을 돌며 외환 거래를 배웠다.

이후 1980년 국내 최초로 외환딜러가 됐고 3년 만에 수석딜러(Chief Dealer) 자리를 꿰찼다. 여성 수석딜러는 해외에서도 보기 드물 뿐만 아니라 지금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후 그는 1994년까지 미국 아멕스에서 딜러의 길을 걷다 스스로 명예퇴직했다.

탄탄한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한 이유는 배운 것을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월급쟁이에서 월급을 주는 사장으로 성인 교육시장에 진입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며 “IMF 외환위기 때 연수원들이 줄도산할 때는 정말 겁이 났지만 지금까지 오직 살아남자는 일념으로 운영해 왔다”고 말했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한국국제금융연수원장으로 재직하며 금융인 교육 및 양성에 힘써 온 김 회장은 2003년엔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장을 맡아 정기 모임을 개최하며 후배 여성 금융인에게 아낌없는 도움도 주고 있다.

그는 “당시 여성 개개인의 전문 능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리더로서의 훈련이 부족했고 남자들이 잘하는 인적 네트워크도 전혀 구축되지 않았다”며 여성금융인네트워크를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김 회장은 “내가 할 일은 여성에게 자신을 믿고 리더가 되기를 열망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라며 “한 사람이라도 더 리더가 되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 여성 임원 30% 만들기 프로젝트 = 김 회장은 금융권에서 노련한 실전 경험을 쌓아온 여성들이 많지만 지도자급 인력으로 올라가는 여성은 드물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실제 지난해 책임자급 여성 은행원은 1만2000여명으로 전체의 23% 수준으로 남성 책임자급 인원(4만5000여명)과 비교하면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IMF 당시 여성 행원들이 구조조정 대상이었고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여성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다 보니 중간계급 부분에 싱크홀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들은 좋은 보직을 받기도 어렵고 교육·연수 등에서도 소외되는 경우가 많아 승진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또 승진대상이 되더라도 주요 보직 경험 등 은행 내부 경력이 약해 임원이 되기도 전에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출산 때문에 도중에 그만두는 여성들이 많은 것도 걸림돌”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회장의 목표는 은행권 책임자급 이상 여성 인력이 전체 여성 은행원의 30%를 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여성 직원의 성장을 위해서는 현장에서 여성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모든 분야에 여성을 골고루 배치하고 연수 기회를 남녀 평등하게 부여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조직 내에서 여성들의 성장을 격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한 “직장 내 보육시설 확충, 육아 도우미 관련 정부·지자체 지원 확대,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의 방과 후 돌봄 제도 보완 등 육아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장치들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여성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외부 장애물도 있지만 내면의 장애물에 걸려서 넘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며 여성들의 단점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직위가 높아질수록 여성의 수가 적어지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리더가 되려는 야망이 작기 때문”이라며 “여성은 자신감이 부족하고 기회를 잡겠다고 손을 번쩍 들지 못하며,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야 할 때 오히려 주춤하고 물러선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제2의 김상경, 권선주 등을 꿈꾸는 여성 금융인 후배들을 위해 조언해 달라는 말에 “손자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말했다”며 여걸다운 해답을 내놨다.

그는 “상대를 알지 못하고 나만 알면 승패의 비율은 1대 1이나 상대를 알지 못하고 나도 알지 못하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며 “여성이 더 이상 남성의 보조가 아닌 리더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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